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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 거장의 노후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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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식 상팔자> 3-4회 JTBC 토-일 저녁 8시 50분
김수현의 드라마는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여자의 드라마와 가족의 드라마. 전자에서의 여성은 대부분 미혼모, 불륜녀, 고아 등 당대의 도덕관념이나 태생적 한계와 부딪히는 문제적 여성이었으며, 김수현 작가는 그를 통해 여성의 운명에 가중처벌을 가하는 젠더규범의 문제를 지적하곤 했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 김수현의 가족드라마가 있다. 이 김수현식 가족극은 한국 가부장제의 현실 안에서 세상의 모든 문제를 가족의 울타리로 끌어안는 이해와 포용의 세계다. <무자식 상팔자>가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서 비롯된다. 이 작품은 예의 김수현식 가족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세계 안으로 뛰어 들어와 불화를 일으키는 김수현의 문제적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가계의 최상층에 위치한 보수적인 80대 가장 안호식(이순재) 아래로 장남, 차남, 삼남의 가족이 나란히 집안의 규율을 지키며 공존하는 대가족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저마다의 갈등도 존재하지만 그 고민들은 가족공동체 안에서 공유되고 해결점 또한 함께 찾아간다. 그 안온한 세계에 장남 희재(유동근)의 똑똑한 장녀이자 집안의 자랑인 장녀 소영(엄지원)의 임신 소식이 “날벼락”처럼 떨어진다. 더구나 아이 아빠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몸이다. 소영에게 쏟아지는 “수렁”, “똥통” 같은 가족의 격한 반응들은 미혼모에 대한 일반 사회의 반응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간 김수현 작가는 가족극 안에서도 가부장제와 불화하는 여성들의 자리를 꾸준히 타협하며 그 균열을 드러내오긴 했지만, 소영의 미혼모 선언은 엄마의 안식년 선언보다 더 급진적인 파격이다.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 문제까지 끌어오며 가족의 울타리를 계속 넓혀온 김수현 작가는 이제 <무자식 상팔자>를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정리하고 통합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쩍 노후 걱정과 생의 반추가 늘어난 극중 인물들을 보면 섣부른 예상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섣부른 평가 이전에 앞으로 펼쳐갈 이야기를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이 거장의 노후에 대한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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