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가 울상이다. 11일 시작되는 부처별 인수위 업무보고에 반성문을 담으라는 지시가 떨어져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9일 일곱 가지 보고 지침을 정해 각 부처에 통보했다. ▲일반 현황 ▲추진 중인 정책 평가 ▲주요 현안 정책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 세부계획과 함께 ▲예산 절감 계획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 개선 계획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을 담으라고 지시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에선 '부처별로 10%씩 예산 절감 방안을 찾아오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줬다. 당시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작품이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강 전 인수위원의 경우 거칠게 정책을 밀어붙여 마찰이 컸지만, 부처 입장에선 오히려 정해진 목표를 맞춰가면 되니 마음편한 구석이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그에 반해 현 인수위는 추상적인 구호와 솔선수범을 강조해 부처들의 눈치작전이 엄청나다"고 덧붙였다.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 개선 계획'도 난감한 대목이다. 중앙부처 고위 관계자는 "5년 전 인수위가 주문했던 '규제개혁 및 완화 방안'과 이름만 다르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고 약속한 건 지킨다는 게 박 당선인의 철학이라 부처들이 상황을 훨씬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업무보고가 곧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부처 기조실엔 비상이 걸렸다. 이른바 '제목'이 나올만한 방안을 찾느라 부처 내 에이스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다른 고민에 빠진 부처도 있다. 이렇다 할 산하 기관도 없고, 국책사업 예산을 직접 집행하지도 않는 기획재정부 같은 부처는 "균형재정을 강조하는 현 정부 아래서 허리띠를 졸라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더 이상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떠오르질 않는다"면서 "그나마 조정할 수 있는 국채발행 이자율 역시 국회 예산처리 과정에서 대폭 조정돼 어느 부분을 손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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