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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페이스]패션 제국 '자라' 만든 '옷배달'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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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시오 오르테가 전 인디텍스 회장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30년 전 스페인 북서부 라코루냐주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거리를 질주하다 검은 승용차 앞에 멈춰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렸다. 승용차 뒷좌석에 앉은 중년 신사는 오토바이 탄 젊은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는 젊은이가 입은 가죽 재킷의 색과 퀼트 장식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 뒤 "만들어"라고 짧게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고 오토바이는 쏜살같이 검은 승용차 곁을 떠났지만, 젊은이가 입었던 가죽 재킷은 세계 '자라' 매장에 걸렸다. 검은 승용차 안의 중년 신사는 글로벌 패션 제국을 건설한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전 회장(76ㆍ사진)이었다.

패션업계의 억만장자 오르테가는 자라, 베르슈카, 맛시모, 두티 같은 브랜드를 거느린 스페인 의류기업 인디텍스의 창업자다. 2011년 7월 인디텍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세계 곳곳으로 자라 매장을 확장했다. 그는 지난해 재산 규모 380억유로(약 53조4424억원)로 세계 3위 부자였다.
오르테가는 '은둔형'으로 유명하다. 2001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했을 정도다. 이전까지 유포된 그의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의류업체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청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다녔다. 주변 사람들조차 그가 인디텍스의 회장인 것을 모를 정도로 생활은 검소하다.

오르테가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등 세계 80개국에 걸친 '패션제국'을 건설했다. 40여년 전 맨손으로 패션업계에 입성한 그가 세계 최대 의류업체를 일궈낸 것이다.

오르테가의 경영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스피드 경영'이다. 유행 예측에 따라 미리 옷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고객의 욕구를 속히 간파해 제공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 방식에 의존한다. 자라의 경우 디자인팀이 옷을 만들어 세계 매장에 깔기까지 겨우 2주 걸린다. 경쟁사인 미국의 갭, 스웨덴의 H&M보다 12배 빠른 속도다. 자라의 무기는 세련된 디자인, 저렴한 가격이다. 비결은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기획ㆍ디자인ㆍ제조 공정을 통합한 데 있다.
1936년 가난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난 오르테가는 13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의류 공장 배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때 경험에서 '스피드 경영'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됐다. 오르테가는 1975년 고향 라코루냐주에 '자라 1호점'을 냈다. 1979년 스페인 내 자라 매장은 6개로 늘었다. 그리고 1988년부터 포르투갈ㆍ미국ㆍ프랑스로 진출했다. 2011년에만 만들어낸 옷이 83만5000점이다. 최근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에 들어선 것이 자라의 6000번째 매장이다.

인디텍스가 탄생한 스페인은 24%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국가부채로 허덕이며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자라는 경제난과 무관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블로 이슬라 인디텍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해 146억달러(약 14조3534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27억1000만달러로 성장둔화 조짐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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