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제품 시장외면 최악 현실.. 고강도 구조조정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위기의 ‘HP호’를 구하려 고군분투 중인 휘트먼 CEO에 대해 최근 소개했다. 지난 2011년 9월, HP 이사였던 휘트먼은 11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한 레오 아포테커 전 CEO의 뒤를 이어 ‘구원투수’로 임명됐다. 프린스턴대학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그는 P&G, 베인앤컴퍼니, 하스브로 등을 거쳐 전자상거래기업 이베이의 CEO로 10년간 일하며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경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능력을 인정받는 휘트먼 CEO에게도 HP를 회생시키는 것은 너무 버거운 일이다.
지금까지 휘트먼 CEO가 맛본 최대의 실패는 지난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출마에서 패배를 맛본 경험이었다. 14억달러가 넘는 개인재산 중 10분의 1인 1억4300만달러를 선거비용으로 쏟아 부었지만, 선거 과정에서 멕시코 출신 전 가정부로부터 부당해고와 임금체불을 이유로 소송을 당하며 치명타를 입었고 결국 12.3%포인트 득표율 차로 완패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 PC·서버·프린터 등 사업부문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지금 HP의 최대 ‘돈줄’이기도 하다. PC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소프트웨어로 전략을 전환하려 한 아포테커 전임 CEO가 주주와 이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휘트먼은 일단 PC사업부문의 분사 등을 취소하고 내부 사업구조 개혁·인력감축 등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전임 CEO들과 달리 HP의 현금자산까지 고갈된 상황에서 M&A란 도박을 더 할 여력도 없고, 능력있는 인재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최악의 경우 사업부 분리는 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업계에서는 HP의 데이터센터 사업부문과 PC·프린터 사업부문이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P는 일단 향후 수 년간 비용절감을 실시하는 한편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가능한 자원을 모두 동원해 시장에서 통할 만한 높은 보안성을 갖춘 스마트 컴퓨팅 시스템으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휘트먼 CEO가 과연 HP를 살릴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은 연일 커지고 있다. 그가 만일 이같은 악조건을 이겨내고 HP를 되살린다면 휘트먼은 GE를 되살린 잭 웰치에 버금가는 미 기업사의 전설로 등극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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