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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뢰 스스로 깬 동반위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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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남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이중잣대'를 비꼬는 말이다. 대중소 동반성장을 역설하면서 이런저런 뒷말을 남기는 동반성장위원회가 그 짝이다.

동반위는 지난달 17일 대기업 동반성장 담당자 200여명에게 발송한 메일 공문 말미에 동반위 고위 간부 아들의 결혼식 정보를 전달, 사실상 결혼식 참석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메일에는 '결혼식 문의가 많아 일괄 안내드린다'며 결혼식의 일시와 장소를 정확하게 명기하고 있다. 화환은 정중히 사절한다고 적혀 있지만 축의금이나 방문 등에 대해서는 일절 말이 없다. 메일을 받아 본 담당자들은 저마다 결혼식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간부가 개인적으로 보낸 메일이 아니라 공문 말미의 '기타사항' 항목에 담겨온 내용인 만큼 더욱 그렇다.

동반위는 메일을 보낸 것은 인정하지만 강요할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결혼식에 대한 문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간부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실무자 선에서 처리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동반위가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 문화 조성을 주장한 것을 고려하면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 대기업에게는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스스로의 잘못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다.

동반위의 이중성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제과업 적합업종 문제를 논의하는 동반위 위원 중 빵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 계열사의 사장을 포함시켜 물의를 일으켰다. 위원회에 중소기업과 대기업 인사가 고르게 섞여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해 당사자가 해당 문제를 논의하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다른 이에게 높은 도덕적 수준을 강요하려면 스스로도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한다. 기업들이 동반위의 권고에 따른 것은 동반위가 내세우는 명분에 공감했을 뿐 아니라, 그 도덕성을 신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동반위의 신뢰성 추락은 불가피해졌다. 그 바람에 대중소 동반 성장 사업까지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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