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소비자 물가 동반 하락...물가안정 내수확대 기회로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은 원고가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물가안정과 내수 확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기업들은 수입물가 하락분을 이익으로 고스란히 챙겨왔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평가이익이 600억원 가량 발생하고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18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기업의 경우 환율하락분을 대부분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처럼 과거 원고의 경우 통화가치 절상으로 인한 원화표시 수입물가 하락이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연계되지 못했다. 지난 2001∼2007년 중 원고 현상이 나타났음에도 수입물가지수(I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오히려 상승했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환율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당장 수입차 가격인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독과점적 수입 유통구조에 경쟁요소를 도입, 국산 동종 상품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입 유통 마진을 축소하고 조세제도 개혁과 경쟁정책의 유효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수입품의 비경쟁적 유통구조와 세제 및 비경쟁적 시장구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원고를 내수 확충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입품 유통구조와 조세제도 및 시장경쟁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나 민간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수입품 가격을 보면 소비자가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전기면도기의 경우 평균 소매가는 수입 가격의 2.66배, 전동칫솔은 2.71배나 높았고, 지난해 4월에 조사된 수입 전기다리미의 경우 평균 2.3배, 수입 유모차는 최대 3배, 유럽산 위스키는 최대 5배나 비쌌다. 좋은 품질 때문에 주부들이 애호하는 수입 프라이팬 역시 소비자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2.9배가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면 가격 조사가 되지 않은 다른 수입 제품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독점적 유통 구조 때문이다. 수입품 제조사는 국내 지사가 유통망을 장악해 시판 가격을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관세를 내려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시장경쟁은 아예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는 수입품 독점 구조에 대한 정부의 수동적인 대책 때문이다. 정부는 가격을 조사해 공표하는 것이 고작이다. 가격 조사 결과를 보고 소비자들이 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란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병행 수입을 포함한 수입 제품의 가격 경쟁 체제 구축 등 수입ㆍ유통 구조의 개선, 독과점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고를 내수 확충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과점적인 수입유통구조, 특히 폭리를 취하는 중간업자들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국산 동종 상품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입 유통 마진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초 단계인 해외소싱과 최종단계인 유통의 힘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며 "수입품은 일반적으로 생산자→해외소싱→중간업자→유통의 단계로 중간업자가 가장 폭리를 취하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터무니없는 고가에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 교수는 "유통 단계별 전문화ㆍ기업화(인프라 구축)를 통해 중간업자의 폭리를 완화시키고 유통구조를 단순화 시켜야하는 것이 수입 유통구조를 변화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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