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승리 1등공신 朴정부 인선에서 실종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주변에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박근혜 후보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고, 로비도 있고 하니까…"(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지난해 11월 방송 인터뷰에서)
"만일 새로 영입한 분들(한광옥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 겨냥)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 임명된다면 저와 쇄신위 상당수가 사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지난해 10월 박 당시 후보가 한광옥 위원장을 임명하려 하자 긴급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김종인과 이상돈, 안대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1등공신으로 불려왔으나 새 정부 1기 내각과 청와대 인선 명단 어디에서도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다.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반발의 움직임이 보일때면 수일간 업무를 보이콧하고 "이대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를 반복했다.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대립은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로비 발언'은 그 정점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상돈 전 위원은 박 당선인의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 사사건건 비판조로 훈수했다. 안대희 전 위원장은 한광옥 위원장의 과거 비리전력 논란과 관련해 사퇴까지 언급하며 배수진을 쳤다.
잡음이 많기는 했지만 표면적인 낙오자는 없었다. 결국 이들의 주도로 박 당선인이 주요 의제를 선점했고 이것이 대선 승리의 발판이었다는 데 전문가들과 정치권은 대체로 공감한다.
이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큰 이견은 없었다. 국무총리ㆍ경제부총리ㆍ비서실장ㆍ주요기관장 등의 인선 하마평에 셋 모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박 당선인의 1기 조각과 청와대 인선 결과를 보면 그가 직언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인물을 크게 필요로하지 않았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친박(親박근혜) 복심과 아버지 인맥, 묵묵히 과업을 수행할 실무형 공무원, '정치'와 거리가 먼 깜짝 인물이 줄기다.
박 당선인의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나 정치쇄신은 후순위로 밀렸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김종인 위원장님, 어디에 계시는가. 경제민주화 설계도가 시공도 못해보고 쓰레기통에 버려질 위기에 처해있다"며 "김 전 위원장이 나서서 박 당선인에게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경제민주화 한다고 김종인, 원칙있는 보수 한다고 이상돈, 검찰개혁한다고 안대희를 끌어들여 총선+대선에서 간판용으로 써먹었는데 승리하고 나니까 입 싹 씻네요"라며 "(박 당선인에게) 한번이라도 NO라고 하면 안 된다. 하물며 한번 대들거나 한 인사들은 국물도 기대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인수위 사정에 밝은 서울의 한 대학 정치학 교수는 이날 기자와 만나 "김종인, 이상돈, 안대희의 쓰임새나 필요성에 대해서 박 당선인에게 직간접적으로 건의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일단 현 시점에서 보면 팽됐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들 셋은 '선거용 얼굴마담'에 불과했다는 뒷말, 예측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박 당선인의 '깜깜이 인사 스타일'에 대한 허탈한 소회가 정치권에서 자주 들려온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강연활동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필요성,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하며 선거 때처럼 여전히 박 당선인을 '압박'하고 있다.
이상돈 전 위원은 지난해 10월 중앙대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법대 교수 자리에서 사직했다. 그간 몇 차례 밝힌 '전업 정치인'으로서의 구상을 실행하는 모습니다.
안대희 전 위원장은 다음달부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좌교수로 강의를 한다. '내 역할은 대선까지만'을 거듭 외쳤던대로 정치와 거리를 둔 것이다.
각자의 개성과 방식에 따라 '대선 후(後)'를 걷고 있는 이들이 정말 '팽' 당한 것인지를 지금 단정하긴 어렵다.
인수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지 않나. 세 사람이 임기 중 언제 어떤 자리로 기용이 될지는 모른다"며 "개각도 있을 것이고 청와대 인사들이나 주요 기관장들도 임기중에 교체가 몇 번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당선인이 임기 초반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 첫 인선에서는 개성이 너무 강한 사람들을 피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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