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17명의 장관들은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부조직법개편안이 처리되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도 새 장관들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각 부처의 긴급 현안이 터질 경우 법적 최종 결정권자는 여전히 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유령' 취급을 받는 등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 후 현재까지 국무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 전 대통령 때도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과 일부 장관 후보들의 임명 지연으로 조각이 늦어졌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을 동원해 국무회의를 계속 열어 긴급 안건을 처리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현재까지 매주 화요일에 예정돼 있는 2차례의 정기 국무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 안팎에선 법적 권한이 없는 유 후보자에게 실질적인 장관으로서의 예우ㆍ지원을 한 것은 공무원 행동 지침 위반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는 10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개초 산불 관련 긴급 대책 회의를 맹 장관으로 하여금 주재하도록 하기도 했다.
잇따라 전쟁 불사ㆍ서울 불바다ㆍ핵보유국 지위 영구화ㆍ불가침 선언 무효화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 커다란 현안으로 부각된 남북 현안 관련 부처들의 기존 장관들도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있다. 집무실은 지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고 공무원들도 이미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어 '허수아비' 신세가 된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법적인 결재권을 갖고 있어 자리를 비울 수도 없는 신세임을 한탄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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