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사국 나승호 차장은 24일 '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런 의견을 내놨다.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은 다양했다. 나 차장은 먼저 ▲교역조건이 나빠져 같은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량이 줄었고 ▲노동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임금 수준도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 이후 창업에 나선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자영업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아 소득 기반이 약화됐고 ▲저금리 속에서 가계부채가 늘어 이자 부담이 커진 것 역시 소비 실종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각종 사회부담금이 늘어 가처분소득이 줄고 ▲경제상황을 불신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득분위별 소비함수를 계산한 결과 일정 수준 아래에선 부채가 증가할 때 소비도 늘었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소비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다만 뚜렷하게 나타난 경향성은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비율이 높아질 수록 저소득층의 소비가 더 빠르게 줄었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소득이 늘어날 경우 저소득층이 보다 적극적으로 돈을 쓴다는 얘기가 된다.
나 차장은 이 점에 주목해 "소득분배 개선이 내수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소득층은 수입이 늘기 전에도 소비 수준이 높아 추가 수입이 소비 수준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반면 저소득층에선 소득과 소비가 비례해 늘어난다.
나 차장은 따라서 "장기적으로 소비 부진을 털어내자면, 성장과 가계소득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소득분배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 차장은 아울러 "가계부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심각한 소비제약 원인이 된다"면서 "건전성 감독 강화와 서민금융 지원을 통해 부채 수준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