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시장의 정확한 재산 상태는?
◇ 기부·배우자 사업 청산으로 빚 증가
박 시장은 연봉 1억 원 안팎을 받는다. 세금 등을 제외하면 매월 6~700만원 가량이 통장에 들어 온다. 별도로 제공되는 업무추진비도 있고, 주택ㆍ관용차도 제공되는 만큼 '상식적으로는' 빚이 늘어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박 시장의 재산 상태가 1년새 이렇게 악화된 것은 '기부'와 배우자의 사업체 정리 과정에서 늘어난 부채 때문이다. 박 시장은 올해 1월 선관위로부터 지급받은 32억원 가량의 선거 비용 보전금 중 일부를 각종 단체에 기부했다. 지난 2월 박 시장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1200만원, 해송지역아동센터에 2500만원, 무지개 청소년센터에 2000만원, 사단법인 어린이 어깨동무에 2000만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2000만원 등 총 9793만5000원을 기부했다. 이게 고스란히 박 시장의 빚으로 남았다.
나머지 빚은 박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씨가 운영하던 인테리어 업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채무다. 강씨는 박 시장이 선거에 출마하자 영업을 할 수 없게 돼 업체의 문을 사실상 닫았다가 최근 폐업했는데, 이 과정에서 고정비ㆍ미지급 대금 등 1억6000여만원의 채무가 발생했다.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아 이중 일부를 상환하긴 했지만 늘어난 빚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이같은 박 시장의 재산 상태는 시중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공개 대상 고위공직자들의 70%가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공직자들은 1년 만에 수십억원의 재산을 불리는 등 능수능란한 재테크 수완을 선보인 상황에서 1억원대의 연봉을 받은 박 시장이 오히려 빚이 더 많아진 것에 대해 시중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청렴의 상징이다. 존경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박 시장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이런 삶을 살 수 있는지 저같은 범인은 신기할 따름"이라며 "본받고 싶어도 요즘말로 넘사벽이 느껴지네요. 존경받을 수 있는 삶을 사시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요"라고 칭찬했다. 다른 한 시민도 "시장님 고맙습니다. 청렴한 관료의 모범이십니다. 녹봉을 받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이나라 사람들인데.."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무능력한 것 아니냐", "자기 관리가 소홀한 것 같다"며 비꼬는 이들도 있다.
이같은 자신의 재산 상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에 박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ㆍ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전국 고위공직자 중에서 최저, 아니 마이너스라고 해서 기자들의 질문이 오네요. 그게 뭐가 자랑이라고"라며 "그러나 자랑스럽습니다. 그 흔한 위장전입 한번 하지 않았고 주식한번 사본 적이없고, 부동산 투기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바보이고 어찌보면 참 다행이지요"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자신이 빚쟁이가 된 사연을 털어 놓았다. 그는 "한때는 이래뵈도 저도 잘나가는 변호사였답니다. 그러나 탐욕의 길을 가고 있는 저를 돌아보고 변호사 그만두고 사회운동가로서의 살을 살기 시작했지요. 있던 수입마저도 모두 내가 일하던 단체에 내놓기 일쑤였지요"라며 "그러다보니 집사람이 아이들 키우느라 사업을 시작했고 그래서 그 좋은 40대 50대에 나는 세상을 돌보는 일에 몰두했지요. 나중에 보니 팔자에도 없이 험한 일 하면서 집사람이 아이들 키우느라 온 세상 고생 다했고 나중에 빚도 좀 졌구요. 공직자 중에서 가장 빚이 많은 영광을 안았네요"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시장 월급이 국무위원급이라 하나 세금떼고 당비떼고 제 개인 용돈 떼고 나면 집에 가져가는 것이 과거 시민운동가할 때보다 적은 것이 되고 말았네요. 그때는 마음대로 강연도 해서 그래도 우리 직원들 경조비도 제법 크게 냈는데"라며 "그러나 어찌합니까! 재산과 부는 어차피 저희들과는 상관없으니 아끼며 열심히 살아야지요. 그래도 그것이 시민들의 세금이니 아끼고 아껴 살아야지요. 열심히 시장노릇해 서 반듯한 서울 만들어 놓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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