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乙 뒤바뀌고 예측못한 사람 깜짝 발탁… 청문회 공포에 안전빵 인선
산하기관처럼 다루던 연구기관 출신 상사를 맞은 공무원들은 한 마디로 패닉 상태다. 올드보이의 귀환 속에서 '사필귀관(事必歸官)의 원칙'도 재확인됐다. 정치권·법조계 출신 후보자들이 도덕성 문제로 내놓은 자리에 관가의 베테랑들이 돌아오고 있다.
노 후보자 스스로도 취미생활인 요가를 즐기면서 애견 피터를 산책시키는 일에 마음을 쏟기로 결심한 뒤였다. 지방산행을 하면서 페이스북에 "공직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 방사청장인 장수만씨가 불미스런 일로 사퇴한 마당에 방사청장을 끝내고 다시 주요 자리로 가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올드보이를 다시 불러들인 건, 해외비자금 조성과 세금 탈루 의혹 속에 물러난 한만수 전 후보자였다. 잇따른 인선 실패에 청와대는 조급했다. '검증된 구원투수'를 찾던 새 정부의 레이더에 노 후보자가 포착됐다. 기획조정실장을 지내 업무 조정에 능하며 차관보로 일하던 시절 물가를 챙겼던 경력까지 구미에 딱 맞는 후보자였다.
금융권에서도 뒤통수를 만지는 공무원들이 많다. 금융위원회 정찬우 부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발탁으로 뒤늦게 '웃목 인맥'을 챙기는 인사들이 늘었다.
금융위의 정 부위원장은 은행들이 십시일반해 만든 금융연구원의 부원장 출신이다. 연구원 부원장 시절 그의 대관 업무 파트너는 대개 사무관들이었다. 당시 정 부위원장에게 대접을 받은 사무관들은 좌불안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연구원에 미처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국·과장급 인사들은 가느다란 인연의 끈을 이어보고자 애쓰고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 발탁도 예상을 뒤집는 인선이었다. 최 원장은 경제학과 선후배들이 꽉 잡고 있는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생물교육과 출신이다. 주요 실·국을 두루 거쳤지만 핵심 보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 원장 스스로도 "그간 빛이 안나는 과정을 거쳐 이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할 정도다. 금감원 내에선 부원장 시절 최 원장을 가볍게 대했던 부원장보들이 좌불안석 중이다.
관계가 불편했던 노동연구원 출신 방하남 장관을 모시게 된 고용노동부도 표정 관리가 안 된다. 노동연구원은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지만 주로 고용부의 정책 연구와 자문역을 맡아왔다.
두 기관은 2008년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싸고 한 바탕 전쟁을 치른 일이 있다. 고용부는 노동연구원이 정책 방향과 다른 결과를 내놓자 용역 중단으로 맞불을 놨다. 연구원은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며 고용부에 이를 갈았던 전력이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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