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한은 안팎에선 김 총재의 서별관회의 참석을 의심하지 않았다. 여기서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면, 결국 김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로 화답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은은 김 총재가 이날 회의에 당초부터 참석할 뜻이 없었는지, 외압설을 일축하기 위해 막판에 마음을 돌렸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던 김 총재의 판단이 유효하다면, 이달 기준금리는 종전 수준에 묶여 6개월 연속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 직원들이 가장 바라는 그림이다.
한은에선 최근 김 총재에 비판적이던 여론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자의든 타의든 요사이 김 총재의 행보가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읽히는 탓이다. 한은 내부에서는 "임기 내내 조직원들과 마찰을 빚었던 김 총재가 이번 만큼은 외압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기대가 상당하다. 어쩌다보니 김 총재가 투사로 내몰리는 꼴이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부동산 대책까지 내놓으며 경기부양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가 그 정도 대안에 만족할지는 알 수 없다.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김 총재의 일거수 일투족에 뜨거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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