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의 '우마미(うまみㆍ旨味)'는 사정이 다르다. 우마미는 1908년에 인공조미료(MSG)의 정체를 처음 확인했던 일본 도쿄대학의 화학자 이케다 기케나에가 만들어낸 표현이다. 그런 우마미가 이제는 단순한 일본말이 아니라 웹스터 영어사전에도 등재되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전문 학술용어로 인정을 받고 있다. 1971년 이후에 발표된 우마미에 대한 학술논문이 2200여편에 이른다. 일본어의 우마미가 세계 모든 언어를 압도해 버린 셈이다. 이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감칠맛'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우마미'를 인정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우마미가 국제 학술용어로 인정을 받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MSG를 비롯한 우마미 물질에 대한 일본 과학자들의 핵심적인 생리학적 연구 성과 덕분이다. 이케다는 MSG를 처음 분리해서 '아지노모도'라는 벤처 기업을 세웠고, 그의 학생이었던 고다마 신타로와 구니나카 아키라도 IMP와 GMP와 같은 핵산의 과학적 정체를 밝혀냈다. MSG의 정체를 처음 밝혀낸 이케다는 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아지노모도 사는 지금도 전 세계 MSG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은 우마미의 실질적인 종주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의 과학용어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경우는 또 있다. 바다나 큰 호수에서 일어나는 지진, 화산폭발, 사태(沙汰), 빙하 이동 등에 의해 일어나는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つなみㆍ津波)'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용어다. 해저 지형의 변화에 의한 해일에 대해 일본의 과학적 연구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우리 기상청에서는 기압 저하에 의한 수면 상승이나 강풍에 의한 '폭풍해일'이나 백중사리에 의한 '고조(高潮)해일'과 구별해서 쓰나미를 '지진해일'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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