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으론 내부 단속용 멘트같지만, 편지를 띄운 시점이 미묘하다. 이제 고작 취임 3주. 취임사를 통해 조직 재정비를 당부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더구나 조직 운영의 방향성을 담은 인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 부총리는 이날 편지를 오전 11시쯤 직원들에게 보냈다. 한은이 정부의 금리인하 요청을 거부하고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다. 관가에선 이 점을 들어 "현 부총리가 직원을 향한 대화의 형식을 빌려 한은을 꼬집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한 김 총재는 "금리 결정에 경제 외적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금리 동결 이후 경제 회복세가 더디면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쉬운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때문에 소신을 버리지는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김 총재는 아울러 "이번 금리 동결은 득실을 따져볼 때 득이 더 큰 결정"이었다"면서 "환율과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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