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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감독 정말 그라운드 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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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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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가끔 1999년 5월 바르셀로나의 밤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날이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2001년 은퇴 선언 직후)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2001년 여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고 싶다"며 2001-02 시즌 뒤 맨유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퍼거슨 감독은 "자식들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한 것이 팀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축구 이외에 더 많은 것을 즐기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여느 가수들처럼 은퇴 후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은퇴 선언엔 감독 경력의 정점에서 내려오지 못했단 후회도 담겨있었다. 1999년 5월 바르셀로나의 밤은 맨유가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잉글랜드 클럽 최초의 3관왕(정규리그·FA컵·챔피언스리그)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이듬해 맨유는 또 다시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리턴 매치'에선 패했다. 뮌헨은 그 해 유럽 정상에 올랐고, 맨유와 퍼거슨 감독은 다시 도전자의 자리로 내려왔다.
은퇴 선언까지 맨유는 리그를 3연패 중이었다. 2001-02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그의 출생지 글래스고(스코틀랜드)의 햄던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리그 4연패를 이룬 뒤 고향에서 유럽 정상에 다시 오르며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건 최고의 해피엔딩일 수 있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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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은퇴 번복

계획은 틀어졌다. 맨유는 정규리그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고, FA컵 32강에선 미들스브로에 패해 조기 탈락했다. 결국 퍼거슨 감독도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는 2002년 2월 맨유와 3년 재계약을 맺었다. 은퇴발표 시기가 좋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구단의 대체자 물색을 위해 (은퇴를) 일찍 선언했는데,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며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3시를 보낸다는 것도 슬슬 걱정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최소 3년은 하나(United)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느 가수처럼 돌아온 그의 뒤늦은 수습에도 맨유는 그해 4년 만의 무관을 경험했다. 아스날에 리그 챔피언 자리를 내줬고, FA컵과 리그컵에서도 우승에 실패했다. 설상가상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선 레버쿠젠에 밀려 '금의환향'의 꿈도 좌절됐다. 훗날 그의 아들인 대런 퍼거슨은 "아버지는 당시 은퇴 선언 뒤 번복했던 과정이 팀에 악영향을 끼쳐 우승을 놓쳤다고 생각하셨다"라고 털어놨다. 제자리로 돌아온 퍼거슨 감독은 이듬해 맨유를 다시 EPL 정상으로 복귀시켰다.

이후로도 그는 잦은 은퇴설에 시달렸다. 특히 깊은 의미의 숫자가 더해질 때가 그랬다. 맨유 부임 20주년, 25주년, 70세 생일, 리버풀의 리그 18회 우승 기록 경신 등이다. 물론 본인의 반응은 늘 한결 같았다.

"집에서 아내랑 지낼 걸 생각해 봐. 은퇴는 무슨... 농담이겠지"(2006년 9월)
"난 이미 66세다. 아마 3년 정도 이 자리에 있다가 물러날 것"(2008년 3월)
"내가 은퇴한다고? 아마 그런 보도를 한 그 사람이 먼저 은퇴할거다."(2010년 4월)
"여러 차례 밝혔지만 만약 내가 은퇴를 결정한다면 그건 건강이 염려될 때다."(2010년 4월)
"건강이 허락한다면 앞으로 3년 더 맨유에서 즐겁게 일할 것"(2012년 1월)

2006년은 부임 20주년이 되던 해였으며, 2008년에 언급한 '3년 뒤' 역시 25주년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2009년 3월에는 "맨유라는 기차를 너무 오래타서, 내가 내릴 때 기차 자체가 흔들릴까 두렵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내 축구 인생은 전·후반에 연장전을 지나 승부차기를 차는 시점"이라며 "은퇴 시기는 내가 정할 것"이라고 했다. 71세 생일을 맞은 지난 2013년 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퍼거슨 감독은 "아직은 어떤 계획도 없다"라며 "2년 정도는 팀에 더 남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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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떠오른 은퇴설

2013년 5월, 퍼거슨 감독의 은퇴설이 또 다시 불거졌다. 이전처럼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반응과 '이번엔 심상치 않다'란 이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동안은 전자에 힘이 실렸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은퇴설을 부정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여러 상황이 의구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퍼거슨은 앞서 은퇴설을 부정할 때 꾸준히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바로 건강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는 감독직 수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는 62세 때 심장에 맥박 조정 장치를 낀 적이 있으며, 지난해 5월엔 코피가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올 시즌 뒤에는 엉덩이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재활과 치료로 다음 시즌 초 공백이 예상되는 형국이다.

맨유 감독 경력은 더 이상 이룰게 없을 만큼 화려하다. 27년간 리그 13회 우승을 비롯해 총 38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올 시즌엔 맨체스터 시티에게서 리그 타이틀을 빼앗아오며 맨유의 20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뒤 "리그 우승을 극적으로 뺏겼다고 생각해봐라"라며 "난 그때 분노해서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승리 욕이 모두 채워진 현재, 그가 감독직을 이어갈 만큼 동기부여는 강하지 않다.

현지 언론도 구체적 정황을 내놓기 시작했다. 복수의 매체는 "지난 7일 친선 골프대회에 참석한 맨유 코칭 스태프가 퍼거슨 감독의 은퇴설을 부인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후임자로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튼 감독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로 지목되어 온 인물이다. 지도력은 에버튼이 적은 투자에도 늘 상위권을 위협했던 원동력이 됐다. 과거 퍼거슨 감독 역시 "모예스는 에버튼에서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라며 "어린 선수들과 장기 계약을 맺고 그들을 주축으로 길러냈다"라며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런 방면에 가장 재빠른 것은 베팅 업체다. 이들은 퍼거슨 감독의 은퇴 배당률로 2.75배를 제시했고, 모예스 감독의 맨유 부임에는 2.1배를 부여했다. 특정 이슈에 대한 배당률로선 꽤 낮은 편. 그만큼 현실 가능성을 크게 본다는 뜻이다. 일부 언론은 13일 스완지 시티와의 홈경기 직후 그가 은퇴를 선언하리란 섣부른 예측도 내놓았다.

퍼거슨 감독 같은 명장을 떠나보내고 싶은 축구팬은 없다. 다음 시즌에도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 등과 설전을 벌이고, 첼시 컴백이 유력한 조세 무리뉴 감독과의 라이벌 구도를 이어가길 원한다. 아울러 챔피언스리그에선 분데스리가-프리메라리가의 거센 반격을 따돌리고 다시금 정상에 오르는 모습도 상상한다. 아직 그 기대는 유효하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퍼거슨 감독 본인만이 알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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