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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썰렁 개그의 오륜(五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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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 개그라는 게 있는데, 시시껄렁한 언어의 유희를 주(主)로 하고, 아주 우발적인 풍자와 해학을 부(副)로 하는 개그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피자 먹고 어깨 피자." 굳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런 개그를 듣고 얼굴이 펴지면 고급 유머이며, 얼굴이 찡그려지면 썰렁 개그다.

이런 개그가 그 자체로 사회적 해악은 아니다. 하지만 자칫 맥락에 맞지 않는 썰렁 개그를 구사하다간 주변 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리고, 시베리아발 한파를 불러오는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권장할 일은 아니다.
썰렁 개그를 인생 철학으로 삼고 있는 모 지인이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아주 정상적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학구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을 만큼 이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썰렁 개그를 구사할 때만큼은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를 한 번쯤 되새겨보게끔 만드는 이다.

그가 썰렁 개그로 말을 걸어올 땐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응전이 필요한데, 그래야 그나마 그의 썰렁 개그를 중단시킬 수 있다. 예컨대 그가 "여성의 힐링엔 힐(heel)과 링(ring)이 필요하다더군" 이렇게 말을 걸어오면 "맞아. 지도자에겐 지도(map)와 자(ruler)가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지"라고 응수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엔 법으로 꼭 정해놓지 않았더라도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율과 기준이 있다. 주차요원을 지갑으로 툭툭 치거나, 비행기에서 라면을 다시 끓여오라고 해선 안 된다.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치면서 격려하는 것도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썰렁 개그에도 이 같은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한 사회의 유머 코드는 그 사회의 지식 수준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기에 그렇다.

그리하여 개그의 오륜(五倫)을 전파하니 썰렁 개그를 하는 이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다. 상대방의 개그가 정말 썰렁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웃어주는 것이 친(親)이며, 설령 자신을 비하하더라도 남을 비하하지 않는 것이 의(義)며, 상대의 심기가 불편할 땐 삼가고 자제하는 것이 별(別)이며, 윗사람의 개그가 2% 부족하더라도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 서(序)며, 말로만 웃길 일이지 절대로 몸 개그를 하지 않는 것이 신(信)이다.

문제는 썰렁 개그의 확신범들이 오륜 따위는 낡은 오륜(五輪) 트럭 정도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을 어떻게 단죄해야 할지, 그게 문제로다.

<여하(如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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