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차질, 관치 논란까지 겹치며 존재감 희미해져
말하자면 정확한 환부와 신속하고 과감한 집도가 암수술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관건이다. 환자의 우려를 다독이는 설득은 물론, 때로는 과감하게 결정하는 것이 의사의 리더십이다.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실종됐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키맨 역할을 해야 할 금융당국의 존재감의 희미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기업대로, 금융권은 금융권대로 골병이 깊어가고 있다. 정밀한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곳은 환부만 도려내는 정밀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데, 당국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상황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한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부실 건설사 퇴출, 저축은행 대규모 구조조정 같은 사안에서 금융당국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밀어붙였으나 올해는 이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물의 선후(先後)를 정하는 것 조차 금융당국이 전략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워크아웃 수순을 밟기로 한 쌍용건설의 처리방향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회사를 살리는데 9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결과에 쌍용건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이지만 금융당국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최근 BS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관치 논란'도 금융당국의 리더십 부재와 일맥상통한다. 금융지주 회장의 인선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을 무조건 '관치'라고 비난하긴 어려우나 세련되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관치 논란을 부추켰다는 것이다.
민간 연구소에서 기업 지배구조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나서야 할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명확히 구분하는 센스와 원칙이 필요하다"며 "관치 논란이 싫다고 금융당국이 수수방관하는 것은 또 다른 모럴해저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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