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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부끄러움 모르는 전직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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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편집국 차장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가 모처럼 이슈가 되고 있다. 추징금 징수 시효가 넉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해야할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1980~1987년) 9500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에서 뇌물죄가 성립해 추징금으로 징수된 돈이 2205억원이다. 검찰이 10년 넘게 추적해 강제징수한 금액이 533억원에 불과해 현재 남아있는 추징금은 1672억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대통령 시절 국민 세금 등을 빼돌려 4500억원의 불법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2397억원을 징수해 노씨의 징수율은 90%가 넘는다.

신호위반 딱지를 떼도 교통 범칙금 고지서가 1년에 여러 차례 집으로 배달돼 온다. 차를 처분할 때는 꼼짝없이 내야하는데 나라에 수 백, 수 천억원 빚을 지고도 이들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으며 무탈하게 대한민국 땅을 밟고 사는 게 현실이다.
전씨가 국민들의 감정조절을 어렵게 한 건 한두번이 아니다. 손녀 딸의 호화결혼식이나 골프장 홀인원 기념식수 정도는 이젠 가십꺼리로 치부될 정도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가 이번에 발각된 장남 재국씨는 역외 탈세, 불법 자금 유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경영하는 출판사 시공사의 서초동 사옥 터는 아버지 전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다. 아버지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삥땅' 친 돈이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고 믿는 건 많은 국민들의 정서다.

차남 재용씨 역시 아버지로부터 167억원을 증여받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 유명한 '결혼 축의금 17억원 재테크 사건'이다. 전씨 아들과 처남이 소유한 수 백억원 어치 골프장 회원권이 무더기 매물로 나온 적도 있다. 가진 돈이 29만원 뿐이어서 추징금을 못 낸다는 전씨가 오랫동안 대기업 소유 골프장에서 단돈 2만원으로 골프를 쳐온 건 어쩌면 그에겐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겠다.

염치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우리는 철면피(鐵面皮)라고 부르다. 안타깝게도 철면피는, 경외하고 존경해야 할 대상에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전직 대통령이 부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엊그제 국무회의 때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연한 일이 반갑고 감사하게 여겨진다.

최창식 중구청장이 중구 신당동에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한다고 해 논란이 됐다. 공영주차장과 박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 이전과 직후 잠깐 거주했던 가옥을 활용해 낙후된 주거지역에 공원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최 구청장은 최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5.16혁명' 운운했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과 1995년, 2003년에 각각 내린 결정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명명한 바 있다. 대법원도 2011년 판결문에서 5.16을 쿠데타로 규정했다. 선출직이라 하더라도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의 역사인식이 이 정도면 암울하다.

공무원이 모셔야 할 것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공과(功過)를 구분할 줄 아는 역사인식 정도는 갖춰야 존경할 만한 대통령이 나온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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