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풀꽃과 놀다'
■ 언어의 향연을 펼친들, 마음에 닿지 않으면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은유를 접고 상징을 닫고 절실한 혀로 마음을 내놓는 편이 더욱 미더운 일인지 모른다. 시는 가파르게 서 있는 언어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일상어들이 곰삭아 풍기는 그 소박하고 큼큼한 냄새 속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 시인은 풀꽃 하나로 경전(經典)을 쓴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대의 기분으로 서 있어보기만 해도 좋다. 풀꽃을 지나치지 말고, 가만히 만나는 것만으로도 뜻밖의 큰 치유를 만난다는 것이, 시인의 속삭임이다. 당신이 스스로 인생의 실패자라고, 풀꽃 앞에서 가만히 중얼거릴 때, 풀꽃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보라. 풀꽃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그 초여름 들녘에서, 당신은 놀라운 스승을 만날 것이다. 잎사귀 몇 개 매달고 뿌리 몇 줄기 내려 초원에 세 들어 사는 그 목숨이, 햇살과 바람과 물과 어둠과 빛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보다 더 간절하고 애틋한 것이 있는지 되물을 때, 당신은 풀꽃만큼 낮아진 키로,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킬지 모른다. 내 말이 아니라, 풀꽃의 말을 번역해 내는 저 시인의 말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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