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 무산 후 첫 일정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 담당 국무위원을 접견했다. 만남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박 대통령과 탕 전 위원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문제, 한·중 정상회담 의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탕 전 위원은 방한 첫날인 12일 한·중 친선협회 주최 만찬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희망과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말해 중국 정부에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당국회담 무산 후 당분간 남북 대화에 나설 의향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신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적인 대북 압박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중국을 통해 본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안정화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상당히 전향적으로 북한과의 접촉에 임했다는 것을 중국도 이해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비판적으로 잘 설명한다면 중국이 이를 수용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도 각별해 이번 만남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1년, 2005년, 2008년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해 탕 전 위원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상의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탕 전 위원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접견도 종료시간을 정해놓지 않은 채 진행,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위원은 "물론 한·중 정상회담이 남북대화 재개에 약간의 동력을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개성공단 문제"라며 "남북당국회담이 조금 미뤄진다 하더라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은 박 대통령이 방중 이전에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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