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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메신저]굳세어라, 백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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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6.25를 전후해 TV 방송을 통해 비쳐진 한국전쟁 특집은 지난 동족상잔의 아픔을 들추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63년 전의 아프고 쓰린흔적들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기둥에 묶인채 총살을 당하고 있는 양민들, 그 죽음 앞에서 절규하고 있는 가족들, 긴 피난민대열과 울부짖고 있는 어린것들. 어느 쪽에서 카메라를 들이대어도 슬픈 그림들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슬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흰옷을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우리는 백의민족'이라고 웅변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왜 흰옷을 즐겨 입게 되었는지 확실치 않다. 중국 고대 삼국지에 의하면 부여(B.C 59~AD 494)인은 백의를 숭상한다고 했고, 고려도경(고려 인종 원년, 고려에 온 송나라 사신 서긍이 쓴 여행기)에도 고려의 남녀 모두가 백저의(白紵衣:흰모시옷)를 입었다고 해, 그 역사가 매우 긴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고려말(AD 1362년)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 10개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재배에 성공해, 의복재료의 혁명을 이룰 수 있게 했다. 목면은 조선시대의 헐벗음 해결에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 목화 본연의 흰색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백의 일색의 의생활이 그야말로 만개했다. 이름하여 '백의민족'이 된 것이다.

백의민족이라는 별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태양을 숭배하는 원시종교에서 비롯돼 백의를 입었다는 설, 청결하고 순결해 본능적으로 흰색을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설, 부여시대부터 입던 흰색상복(喪服)이 상례를 중시하게 되면서 상복을 입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습관화 됐다는 설을 비롯, 염료의 생산과 염색기술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라는 설 등, 어느 것도 나름의 논리가 있어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흰옷을 금하기도 했기 때문에, 백의가 항일정신(抗日精神)의 상징으로 더욱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려 말부터 조선 말기까지 여러 차례 백색 금제도 있었다. 음양오행에 따라 청색옷을 입어야하므로, 또는 백색은 상복의 색이라 해 금하기도 했으나 누구도 흰색 옷을 말릴 수는 없었다.
일찍이 목면이 의생활혁명을 일으켰다면, 복식사를 놓고 볼때 6.25도 또 하나의 의생활 혁명이었다. 전쟁 중 구호물자로 입어본 서양복의 편리함과 익숙함이 전통한복을 밀어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백색은 '순수''순결''희망'을 상징하는 최고의 색, 즉 신의 색이었다. 교황이 흰 옷을 입고, 왕과 여왕도 최고의 행사에 흰색을 입는다. 흰 웨딩드레스도 결혼하는 그날만은 순결하고 품위 있는 여왕이고 싶다는 배경에서 비롯됐다. 남성 최고의 정장인 연미복에 하얀 나비넥타이를 매는 것도 그런 것이었다.

과거뿐 아니라 현대에도 흰색은 종종 유행색으로 등장하곤 한다. 발렌시아가(Balenciaga), 질 샌더(Jil Sander),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버버라 프로섬(Burberry Prosum)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2013년 S/S 트렌드로 흰색을 제시한바 있다.

흰색이 이렇게 귀한 색이었고 과거나 현재나 세계인이 좋아하는 색이었지만 '백의민족'이라는 별칭을 가진 나라나는 거의 없다. 흰색 옷을 다시 바라보면서, 이제는 우리도 나름대로 흰색 옷의 강점(强點)을 다시 '키워갈' 방법을 궁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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