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0년과 20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강력한 마운드에 강한 응집력의 타선을 자랑한다. 팀 케미스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들이 승리라는 명제를 향해 똘똘 뭉친다. 드래프트로 입단해 간판으로 일어선 선수들이 많아 가능한 현상이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맷 케인, 팀 린스컴, 매디슨 범가너, 버스터 포지, 파블로 산도발 등은 모두 팀 전력의 핵심이다. 이들은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 역할도 해낸다.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티트, 마리아노 리베라로 대표되는 뉴욕 양키스의 ‘코어4(Core Four)’가 네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며 왕조(Yankees Dynasty)를 구축한 양상과 흡사하다. 충분히 ‘코어5’로 불릴 만하다.
문제는 마운드다. 샌프란시스코의 팀 평균자책점은 4.06으로 리그 18위다. 높은 수치는 선발진의 부진 탓이 크다. 평균자책점은 4.52로 리그 23위에 그친다. 255실점은 리그 선발진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점이기도 하다. 맷 케인(5승4패 평균자책점 4.54 WAR -0.2), 팀 린스컴(4승7패 평균자책점 4.52 WAR -0.9), 배리 지토(6승4패 평균자책점 4.40 WAR -0.9). 라이언 보겔송(2승4패 평균자책점 7.19 WAR -1.7)은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에서 -3.7을 합작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집단 부진의 원인을 무리로 본다. 최근 3년 동안 두 차례 월드시리즈에 오른 데 따른 당연한 후유증이란 설명이다. 이런 악재에도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투수가 있다.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매디슨 범가너(7승5패 102탈삼진 평균자책점 3.20 WAR 1.4)다.
범가너 왜 잘 던지나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와 야구해설가들은 범가너의 호투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왼손투수의 생소함을 극대화시키는 회전반경이 큰 팔 스윙과 극단적 크로스스탠스,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 높이의 조합 ▲왼, 오른손타자 모두 제압이 가능한 직구와 슬라이더 ▲투구에만 몰입하는 높은 집중력과 넘치는 자신감이다.
왼손투수의 가장 큰 강점은 생소함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이를 극대화해 타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투구 폼을 연구한다. 숨김 동작(Deception)과 찾아보기 힘든 투구 궤적을 만드는 게 대표적인 노력이다. 전자의 대표적 성공사례로는 커쇼와 리를 꼽을 수 있다. 모두 왼팔을 잘 숨기고 높은 타점에서 빠르고 간결하게 팔 스윙을 가져간다. 2010년 이후 직구 구종가치(Pihch Value)에서 리(88.5)와 커쇼(75.2)가 각각 1, 2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키 196cm, 체중 107kg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범가너는 빼어난 하드웨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 투구판의 가운데를 밟고 와인드업을 한 뒤 오른다리를 1루 방향으로 내딛으며 딜리버리를 진행한다. 오른발이 착지한 뒤엔 3루 방향으로 크게 돌아나가며 팔 스윙을 한다. 이때 팔은 사이드암에 가까운 스리쿼터로 내려온다. 좌우 회전반경을 극대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특이한 투구 폼은 타자들의 스트라이크 존 설정에 곧잘 혼란을 준다. 특히 왼손타자에겐 바깥쪽 공이 한없이 멀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안긴다. 오른손타자가 느끼는 헷갈림도 다르지 않다. 공이 바깥쪽으로 들어오는지 몸 쪽을 파고드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효과적인 투구 폼 덕에 범가너는 왼, 오른손타자 상대전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빅리그 통산 왼손타자 피안타율은 0.218, 오른손타자 피안타율은 0.246다. 왼손투수라면 오른손타자와의 대결에서 장타 허용을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범가너는 피장타율에서도 왼손에 0.342, 오른손에 0.385로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커리어하이를 찍는 올 시즌은 오른손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95 피OPS 0.571을 기록하고 있다. 왼손타자를 상대로는 각각 0.191과 0.610이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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