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출근 저지로 이건호 신임 KB국민은행장은 30일에도 여의도 본점 사무실로 출근하지 못했다. 지난 22일에는 노조원들이 출입문을 가로막아 취임식도 취소됐다. 번번이 여의도 본점 앞에서 발길을 돌린 이 행장은 시내 모처에 자리를 잡고 업무를 챙기는 중이지만,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 행장은 아울러 "노조를 달랠 유화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노조가 '행장은 집으로 가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대화에 진전이 있을 수 없다"면서 "행장을 행장으로 인정하고, 그 다음 노사관계의 이슈를 풀어나가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의 입장은 강경하다. 박병권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이 행장 선임에 반대해 지난 25일 삭발한데 이어 전날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인사 몸살을 앓는 사이 업계 1위 '리딩 뱅크'로서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의 자산규모는 286조원. 단일은행 기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분기 당기순이익은 488억원에 머물렀다. 1분기 실적(2470억원)과 비교하면 83.5% 급감한 수준이다.
저성장 저금리 속에 은행권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도 경쟁 은행에 비해 수익 감소폭이 크다. 이 기간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965억원으로 전분기대비 63% 줄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 역시 6200만원에 그쳐 은행권 평균치인 8200만원을 크게 밑돌았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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