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에 따르면 SK그룹 최태원 회장 측은 5일 오후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결심공판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한 뒤 오는 9일 선고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와 관련 사건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지난달 31일 불법체류(이민법 위반) 혐의로 대만 현지 경찰에 체포돼 우리 사법당국과 송환 절차가 협의 중이다.
김씨는 SK 회장 형제가 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펀드로 출자한 돈을 선지급금 명목으로 넘겨받아 운용한 사건 핵심 인물이다.
검찰 수사부터 항소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전략 수정을 거듭한 최 회장 측은 항소심 막바지 “김원홍에 홀려 사기당했다”며 사건 주범으로 김씨를 지목하고,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거액 사기 혐의로 김씨를 고소했다.
최 회장은 2005년 이후 김씨에게 맡겨 날린 투자금이 6000억원 규모로 이미 지난해 6월 이후 연을 끊었다고 주장해왔다.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에 배당하고 대만으로부터 김씨 신병을 넘겨받는대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변론이 재개돼 김씨가 법정에 서게 될 경우 최 회장 형제에 유리한 진술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검찰 수사를 앞둔데다 최 회장 말마따나 이미 관계가 틀어진 김씨가 오히려 책임을 최 회장 형제에 떠밀 가능성도 크다.
한편 검찰도 이날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원홍씨와는 상관없이 선고를 앞두고 행한 통상적인 의견서 제출”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최 회장 측의 변론재개 신청에 대해 “재판부가 검토해 결정할 일”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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