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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돈 농담 섞인 타박...선두 LG는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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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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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책을 써라. 책을 써.”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21일 목동구장 LG 트윈스 더그아웃.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선수단은 평소처럼 훈련에 몰두했다. 김기태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정의윤 등의 타격을 지도했고, 나머지 타자들은 정해진 순서에 맞춰 배팅 볼을 쳤다. 투수진은 워닝트랙에서 달리기, 체조 등으로 몸을 풀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함으로 가득 했다. 훈련을 마친 뒤 찾은 더그아웃에서야 농담을 던지며 미소를 보였다. 전날 리그 단독 선두에 오른 감격은 누구에게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모두가 인지하고는 있었다. 등극이 꽤 특별했기 때문이다. LG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넥센과의 2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5-3으로 이겼다. 시즌 59승(39패)을 올린 선수단은 이날 승률 0.4% 포인트 차로 선두를 달리던 삼성 라이온즈가 SK 와이번스에 4-8로 패해 단독 선두에 올랐다. 후반기 선두 등극은 1997년 7월 16일 이후 무려 16년여만의 쾌거였다. 1995년 9월 19일 이후 18년여만의 8월 선두 안착이기도 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 취재진이 구름떼처럼 몰린 건 당연했다. 20명이 넘는 취재기자들의 방문에 김 감독은 흠칫 놀란 모습을 보였다. “쑥스럽다”며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오늘 경기에 따라 또 어떻게 (순위가) 바뀔지 모른다. 케이크는 나중에 자르겠다”고 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 이르단 반응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발견됐다. 주장 이병규(9번)는 “하루 선두에 올랐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서야 되겠는가”라며 “오늘 지고 2위로 내려가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취재진에 되물었다. 이어 “아직 잔여경기가 많이 남았다. (리그 선두 확정에) 디 데이 정도는 남겨놓아야 소감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날을 위해 일단 참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진영[사진=정재훈 기자]

이진영[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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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분위기는 주장 혼자서 주도하지 않았다. 선수단 전체가 만들고 있었다. 다소 길어진 이병규의 인터뷰에 훈련을 마치고 더그아웃을 찾은 정성훈은 “형, 책 써요? 책 쓰냐고요?”라며 농담 섞인 핀잔을 줬다. “나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아”라며 억울함을 드러낸 이병규는 바로 정성훈의 재치를 다른 선수에게 써먹었다. 타깃은 또 다른 취재진에 둘러싸인 이진영. 이내 옆으로 다가가 “벌써 (우리가) 우승했냐? 책을 써라. 책을 써”라고 귀여운 으름장을 놓았다. 이진영으로선 억울한 일이었다. 이병규와 비슷한 입장을 밝히고 있었던 까닭이다.

“(팀이) 선두지만 10경기 정도는 남아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 아직은 매 경기를 이기기 위해 집중할 때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선두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이진영은 이를 몸소 실천하기도 했다. 전날 박병호의 홈런성 타구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펜스에 어깨를 부딪쳤으나 이날 출장을 자청했다. “정말 괜찮은 거야”라는 김 감독의 물음에 이진영은 특유 미소를 지으며 “심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진 취재진과의 대화에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증이 조금 있지만 (박)용택이 형처럼 이 정도 아픈 건 참고 뛰어야 한다. 팀 분위기가 좋을 때 빠질 순 없다.”

LG가 어떻게 선두에 올랐는지를 잘 알려주는 두 마디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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