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대머리치료제의 카피약이 생산되면서 약 가격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약값을 아끼려고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잘라먹는 치사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매일 먹던 약을 이틀에 한 번 먹으면 한결 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의 기억(그것도 허구한 날 술을 마셔대는 50대의 기억력)이란 통 신뢰할 게 못돼서 번번이 약 먹는 날을 까먹곤 했다. 특히 "오늘은 약을 먹어야 한다"는 둥 "아니, 어제 먹었으니 내일이 맞다"는 둥 부부간 트러블이 잦아졌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한동안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 끝에 묘수를 찾아냈으니 약 포장지에 약 먹는 날짜를 적어놓기로 했다. 한가한 주말 오후, 몇 달치 약을 방바닥에 죽 펼쳐놓고 약 포장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8/27, 8/29, 8/31 등등 적어 넣은 것인데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무릎을 탁 치며 "굿 아이디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나 역시 스스로 엄청 대견해 했던 것인데….
그 제서야 비로소 내 머리가 B급에도 한참 못 미치는 C급이란 걸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것도 인생을 한참 산 50대 중반에. (끝)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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