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예비적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본건 범행의 핵심은 계열사 출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에 있다. 그 주체는 그룹의 회장인 최태원임이 명백하므로 최 회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 회장 형제 측은 김준홍의 진술이 번복되고 있는 것을 이유로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도둑질을 시킨 사람이 도둑질을 해온 사람에게 왜 도둑질 했느냐고 비난하는 것과 같다. 주장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구형에 앞서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김준홍 전 대표는 1심과 검찰조사 당시 최태원 회장 형제의 관여도를 낮추기 위해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의 전략에 따라 거짓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미 자백한 내용이다. 김 전 대표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본인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짜고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범죄가 명백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김원홍의 증언은 본건 유무죄 판단 및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불필요한 절차로 혈세를 낭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죄송하다. 후회하고 자책한다”면서도 “개인적 투자 목적이든 동생을 위해서든 회사재산인 펀드출자금을 유용하기로 김원홍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 그 내용을 듣지도 못했다”면서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최 회장은 이어 “김원홍과의 관계를 솔직히 다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고 그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다 털어놨다. 이 정도 진실을 미리 밝히지 못해 후회가 된다”면서 그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또 최 회장은 “피고인들이 일부러 돈을 유용하겠다는 생각으로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을 것 같다”면서 “시키는 대로, 각자 자기 역할을 하다 보니 이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충분히 납득할만한 실체가 나오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원홍 전 고문의 증인신청이 기각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부회장은 “1심에서 진실을 그대로 밝히지 않고 거짓 증언한 점 죄송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반성하고 있다”는 말을 짧게 전했다.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 417호 법정에서 열린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에서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펀드 선지급금 450억여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고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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