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신축야구장 부지를 둘러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경남 창원시의 대립. 침묵하던 프로야구 NC 구단도 입을 열었다. 창원시에 입지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NC 구단은 25일 “‘야구장은 관중과 접근성이 우선이며 새 구장의 입지는 교통 및 시민 접근성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라던 박완수 창원시장의 원칙이 최근 KBO의 조사 결과에서 반영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며 “창원시와 창원시장에게 새 야구장의 입지 변경을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창원시는 신축야구장 후보지로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이하 창원보조경기장), 마산종합운동장, 진해육군대학 세 곳을 선정, 세 차례에 걸친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1, 2차 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진해육군대학은 3차 조사에서 근소한 점수로 앞서 최종 후보지로 낙점을 받았다. KBO는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재고를 요구하는 한편 다양한 루트로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의 창원시 문건 정밀분석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었다.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연구진 4명, 창원시민 809명, 야구전문가 60명, 마산야구장 관중 546명 등이 참여한 ‘창원시 신축야구장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서 최적의 장소는 창원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드러났다. 두 곳은 지역 균형 발전 및 경제 발전에서도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해육군대학은 프로야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진해화학부지(53.2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 점수(50.93점)를 얻기도 했다. 반면 창원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은 각각 89.23점과 82.30점이었다. 창원시민, 마산야구장 관중 등 총 1,355명을 대상으로는 한 설문조사 결과 또한 비슷했다. 창원보조경기장과 마산종합운동장이 각각 1814점과 1773점을 받은 반면 진해육군대학은 1279점에 그쳤다. 마산야구장 관중으로 범위를 좁힌 결과에서 차이는 두 배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전달받은 NC는 좌절에 빠졌다. 이날 “(창원시의 타당서 조사에) 실망과 좌절을 금치 못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창원시는 신규야구장 건립의 위치선정은 시행정부의 고유권한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단 식의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시민의 의견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창원 시민과 경남도민, 나아가 야구계 전체의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새 야구장은 야구팬과 NC를 포함한 전체 프로야구의 미래다. 이를 잘못된 결정에 맡길 순 없다”고 강조했다.
창원시가 입지 변경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전날 KBO의 발표에 기존 입장을 재표명한 까닭이다. 창원시는 24일 “KBO가 상호 협의해야 한단 협약 조항을 과도하게 해석해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을 요구하는 등 마치 감독기관인 양 하는 행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의 행정 간섭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며 “현 상황은 야구장 건립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건립지연과 소모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의 창원시 문건 정밀분석에 대해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수용할 수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현 입지의 접근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국도2호선 인터체인지 개설, 제2안민터널 신설, 시내버스 노선 확대 등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