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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중국의 '탈미국화'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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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렸던 미국의 정계가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현지시각) 문제 해결을 내년 2월7일까지 미루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이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일단 피할 수 있게 됐으나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 워싱턴에서 디폴트와 국가부채 상한선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일 때인 지난 1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 재정위기로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제 '탈미국화한(de-Americanised) 세계' 건설을 구상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 홍콩에서 발간되는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해온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뒤 "위선적인 미국의 손에 다른 국가의 운명이 쥐어지는 위험한 상황은 이제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 재정위기를 계기로 세계가 '탈미국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중국은 '달러의 덫'에 걸려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데 달러 자산 외에 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외환 운용에서 최고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중국은 미국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진 뒤에도 미 국채를 계속 사들였다. 15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3ㆍ4분기 1630억달러(약 173조1060억원) 늘었다. 공식 통계상 지난 7월 말 현재 중국은 미 국채를 1조2773억달러어치나 갖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홍콩이 보유한 것까지 합하면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1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칭화(淸華) 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인민은행 통화정책 위원을 역임한 리다오쿠이(李稻葵) 교수는 "중국의 미 국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경제학자들이 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중국 정부는 되레 미 국채 보유량을 계속 늘려왔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중국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미 국채를 대규모 매도할 경우 남은 미 국채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로서는 막대한 자금을 미 국채 말고 투자할 수 있는 다른 안전자산이 없다. 유로 표시 채권은 이미 유럽 재정위기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중국의 미 국채 의존도만 문제일까. 일부에서는 중국이 자국 경제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끌 수 없다고 본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 시장 확장의 막차를 탔다. 글로벌 시장에 굳건히 자리잡은 다른 나라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내수시장은 어떨까. 내수시장 규모는 으레 인구로 가늠한다. 그러나 인구만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적은 데다 소득불균형은 심하고 문맹률이 높으며 행정체계가 일원화돼 있지 않아 단일시장으로 보기도 어렵다.

중국에서 진정한 기업가정신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웨이(華爲)ㆍ하이얼(海爾)ㆍ레노버(聯想) 같은 중국기업은 글로벌 기업을 넘볼만하다. 그러나 중국기업 대다수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본떠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중국정부는 환경보호나 직업안정 같은 열악한 부문에 개입하지 않고 이미 잘 나가는 국유기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금융업에도 손대 시장이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부의 통제로 움직인다.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마인드다. 정부 아닌 소비자를 경제의 중심에 놓고 자원 배분, 인력 운용 방법은 기업인에게 맡겨야 한다.

시장에 필수적인 이런 요소들을 결여한 중국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탈미국화'라는 구두경고 뿐이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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