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지난해 장애인 채용 확대 방침 후 안내견 동행 공무원 첫 채용
너도나도 출근을 서두르는 바쁜 아침,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는 새내기 공무원 최수연씨(29·7급 주무관)의 출근길 풍경은 조금 남다르다. 1급 시각장애인인 그녀의 곁에는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 ‘온유’가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유는 지난 10월29일 서울시청을 시민들에게 전면개방했던 ‘청사 개방의 날’ 행사에서 시청을 방문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최씨가 서울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시가 지난해 장애인 채용 비율을 3%에서 10%로 늘리기로 한 '장애인 희망서울 종합계획'이 덕이 컸다. 시는 장애인 합격자 수를 늘리는 한편 최씨처럼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에 대해선 시험 시간을 일반 시험시간의 1.5배에서 1.7배로 늘려줬다.
그녀는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시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 수험교재를 점자 및 파일로 제작해줄 것을 의뢰해 2년 동안 이 교재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고, 2012년도 가을 서울시 공무원 공개 경쟁 임용시험에서 당당히 합격, 서울시 일반행정 7급 공무원이 됐다.
최씨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희망의 다리’"라며 "세상 주변을 맴돌던 내가 세상으로 나아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이제는 내가 ‘희망의 다리’가 돼 자립에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제가 주변에서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씨는 또 “나와 온유가 살아가는 삶의 유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주고 우리가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서울시에 감사하다”며 “나와 온유의 삶이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좋은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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