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아마추어 투수들의 가장 큰 적은 혹사다. 프로에서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선수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의 박진영 교수(건국대 의학전문 대학원)는 2013년 신인지명 투수 41명(두산 제외)을 대상으로 1년여에 걸쳐 수집한 고교, 대학 야구부에서의 투구 양상과 현 건강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18일 공개했다. 이승준 교수(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김용일 코치(LG 트윈스 트레이닝) 등이 참여한 조사에서 국내 선수들의 혹사 수준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27명)은 통증을 참고 투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기엔 이른 변화구 습득도 한 몫을 했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각각 평균 12.3살과 16.2살에 배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권고치보다 다소 빠른 시기다. 미국 스포츠 의학원은 뼈가 성숙되는 만 13세까지 커브, 슬라이더와 같은 브레이킹 볼을 피하고 직구, 체인지업, 컨트롤 숙지에 중점을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혹사와 이른 변화구 습득에 투수들의 현 몸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조사 대상 41명 가운데 63.4%에 해당하는 26명이 어깨 통증이나 어깨 수술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팔꿈치 통증이나 팔꿈치 수술병력을 가진 투수는 더 많았다. 31명으로 전체의 75.6%였다. 반면 공을 던질 때 통증이 없거나 수술 병력이 없는 선수는 5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1명은 타격 시 통증을 느껴 건강한 신인투수는 사실상 4명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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