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가로 1㎝, 세로 1㎝의 콘크리트가 자동차 한 대 무게를 거뜬히 버텨낸다. 일반 아파트에서 쓰이는 콘크리트라면 순식간에 부서질 법하지만 전혀 딴판이다. 최근에는 1㎠가 자동차 2대 무게를 버텨내기도 한다. 이른바 '초고강도 콘크리트'다.
이 같은 기술은 건설사들이 초고층 건축물을 새로운 산업 분야로 구분하면서 개발 속도를 냈다. 기존 건축물과 달리 훨씬 더 커진 고층의 무게를 수직으로 견디면서 횡적으로는 바람과 진동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콘크리트를 비롯, 내풍·내진·소음방지 기술은 물론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고내구성 자재와 설비 등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이 콘크리트를 운반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됐다. 높이 555m까지 콘크리트를 굳지 않게 운반하는 초고층 압송(압력을 가해 다른 곳으로 보내는 일) 기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초고층 건물 시공에 사용하는 콘크리트는 강도가 높을수록 분체량이 증가하고 점성도 높아져 수직으로 쏘아 올리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청라지구에 들어선 포스코건설의 '청라더샵레이크파크'는 주거시설에 초고강도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한 사업장이다. 국내 최초로 100Mpa의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선보였다. 일반 아파트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24Mpa 정도임을 감안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덕분에 바람과 지진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면서도 건물 두께는 얇게 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외관도 더욱 미려해졌다. 효율적인 횡력저항 구조도 적용돼 초속 33m의 강풍과 규모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아파트를 완성했다.
특히 이곳에 적용된 창호공사 기술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창호공사를 골조공사 후 최단 기간 내에 근접 시공하는 '창호근접추종공법'이 그것이다. 골조공사를 진행하는 곳의 바로 2개층 아래에서 창호공사를 동시에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골조공사 중인 곳과 10여개층 멀찍이 떨어져 창호공사가 진행되는 것과 다르다. 창호공사가 골조공사와 거의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건물 내부가 눈이나 비, 바람 등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아 건물내부 설비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초고층 기술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정밀건축을 위한 기술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 동북아무역센터에 적용된 '시공 중 변위제어 기술(BMC·Building Movement Control)'은 공사가 진행될 때 건축물의 움직임을 사전에 예측해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초고층 건축물은 건물 자체의 무게로 인해 위에서 눌려 높이가 줄어드는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사전에 예측해 시공단계에서 보정하는 장치인 셈이다.
하태훈 대우건설 기술연구원 박사는 "초고층 빌딩은 단순히 높이 올리는 것보다 지진, 바람 등 외적 요인에 의한 변이를 제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시장 자체가 차별화된 디자인과 초고층 설계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건설사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