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위원장 "法 본래 취지는 처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문화 바꾸는 것"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만든 원안과 비교할 때 이해충돌 부분이 빠지고 적용대상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확대됐다. 이 외에도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처벌규정 시행시기도 수정됐다. 당초 김영란법 원안에는 부칙을 통해 시행일을 법 공포 후 1년으로 하되, 처벌 관련 조항들은 예외적으로 공포한 지 2년이 되는 때부터 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국회 정무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공포 후 1년 뒤 시행으로 바뀌어, 법이 시행되자마자 처벌할 수 있도록 수정됐다.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이 그대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김영란법 시행 직후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격렬한 소송전이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 부정청탁인지 아닌지 등 애매한 부분들을 재판을 통해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경우 당초 무 자르듯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판례 등의 축적을 통해 사회적 기준을 확립하려고 했는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부칙 내용이 바뀜에 따라 법 시행 즉시 처벌 여부를 가려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적 정의 개념도 빠져 있다. 본지가 입수한 '법안심사 소위 쟁점별 검토사항'을 보면 '부정청탁'의 개념을 둘러싼 혼란이 감지된다. 권익위원회가 지난달 3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부정청탁의 정의를 유지한 채 일부 애매한 부분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부정청탁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이달 8일 제출한 같은 제목의 자료에서는 부정청탁의 개념 규정 자체를 삭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김영란법 정부안에서는 2조 4에 부정청탁의 개념을 정의했지만 국회 정무위에서 의결한 법안에는 부정청탁의 개념을 뺐다. 금지된 부정청탁의 행위 유형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무엇이 부정청탁인지에 관한 부분은 빠져 있는 상황이다. 유무죄의 기준이 되는 부정청탁의 개념적 정의가 빠진 법이 시행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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