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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황영기 복귀'가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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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제 3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검투사'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의외의 결과였다. 황영기 회장 당선자가 애당초 '증권맨'으로 분류되지 않는 인물이었던데다 10년 넘게 증권가를 떠나있었던 탓이다.

일각에선 자본시장 최신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황 당선자도 당선 직후 약식으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직전까지 박빙을 예상했고 2차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는 득표율(50.69%)을 올렸다.
'황의 화려한 복귀'는 금융투자업계가 처한 절박한 현실을 오버랩시킨다. 장기간 지속된 증시 불황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 노출된 금융투자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여기에 좀처럼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정부의 규제 압박은 자본시장을 근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규제 이슈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지난달 정부가 파생상품 거래에 20%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회원사 내에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공약에서 파생시장 등 금융투자업체들의 먹거리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 건게 황 후보에 표심이 쏠리는 촉매제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시장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회원사들에게 시원시원한 언변, 화려한 스펙, 정관계에 포진한 인맥으로 무장한 황 당선자는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당선 후 첫 일성도 업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는 "내놓은 공약은 철저히 이행하면서 수시로 회원사에 보고하겠다"며 "협회가 국민 행복을 만들어내는 금융투자업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종일관 자신감을 보였다.
황 당선자는 164개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며 '강한 금투협'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금융투자산업의 파이가 커져야 자본시장도 선진화되고 국가 세수도 늘어난다는 점을 부각시켜서 더 이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황 당선자가 내건 공약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10년이상 장기펀드 비과세, 파생상품 관련 규제완화, 공모펀드 주식거래세 인하, 특화형 증권사 육성 등 업계 숙원사항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번 선거에서 금융투자업계는 금투협에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 존재감이라는 것은 정계와 관가에 금융투자산업이 갖는 순기능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미래 육성산업 한 줄기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창구가 되어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하지만 향후 정관계와 업무 조율에 있어 불협화음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황 당선자의 경우 금융감독당국과 파생상품 투자 손실 문제로 소송전을 치르며 대립각을 세운 적이 있는 등 친화력에서는 의문부호가 남아있어서다. 금융당국도 황 당선자의 예상 밖 완승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의 요구사항들이 여러 정부부처와의 조율이 필요한 문제가 대부분"이라며 "황 당선자가 자신의 인적 인프라를 통해서 업계의 이해를 일방통행식으로 관철하려 한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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