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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술품, 돌아돌아 남쪽 왔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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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영, '금강산 구룡폭포', 2006년.

선우영, '금강산 구룡폭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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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모, '봄의 향기 그윽하고 새들의 노래 즐겁다', 2006년.

정창모, '봄의 향기 그윽하고 새들의 노래 즐겁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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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넘게 못가는 금강산관광...'구룡폭포' 화폭이라도 구경해볼까
-네덜란드 예술제단, 국제 순회전
-거물 여류작가 김승희 '봉산탈춤' 등
-개성서 수집한 인물·풍경화 150여점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따사롭게 햇볕을 쬐고 있는 기암절벽 아래로 폭포수가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금강산 구룡폭포', 붉은 바탕에 점들이 박힌 가면을 쓰고 장삼소매를 어깨 뒤로 젖히며 활기찬 춤사위를 벌이고 있는 '봉산탈춤', 어느 아담한 한옥집의 한가로운 오후….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의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막을 올린 '유럽에서 들려주는 북한미술전'에는 이처럼 우리네 옛 향수를 자극하는 낯설지 않는 장면이 고스란히 펼쳐졌다. 전통적인 풍경화와 인물화부터 유화그림까지 북한 개성지역에서 수집한 70명 작가의 150여점 작품이다. 전시제목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이번 전시는 외국인이 수집한 북한미술품들이 소개되는 자리로 이처럼 방대하게 국내에서 북한미술이 선을 보이는 것도 처음이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것은 네덜란드 예술재단 '스프링타임 아트(Springtime Art)'사(社)다. 재단 경영자이자 예술작품 수집가인 프란스 부로슨 대표와 그의 아내 주기타 부로슨 등은 그동안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2000여점의 북한 미술품을 수집해 왔다. 세계 최대 경매회사 소더비는 물론, 대영박물관 측 전문가와 자문위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은 이 컬렉션은 이번 전시에 앞서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국립미술관 등에서 '개성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유럽에서 먼저 선을 보인 이 그림들은 국제 순회 미술전 형식으로 이번에 한국으로 건너오게 됐다. 개성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을 찾아 '머나먼 이역만리'를 돌아서 온 셈이다.

프란스 부로슨 대표

프란스 부로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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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킨텍스 전시장에서 만난 부로슨 대표는 "평생 아트딜러로 살아온 나에게 고립돼 있는 나라인 북한은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보기 힘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며 "그곳에서 박물관급 수준의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순수하게 예술적 가치를 기준에 삼고 비정치적인 작품들을 모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에서는 북한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지만 우리 재단이 가장 많은 규모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전시장에선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 미술계에서 크고 작은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봉산탈춤'은 2006년 베이징 국제미술전 대상 수상작으로 북한 여성작가 중 거물급으로 꼽히는 김승희의 그림이다. 베이징 아시아미술전에서 수상한 바 있는 선우영은 빼어난 산 풍경을 위주로 대형 작품들을 그리는데 전시장에선 금강산 처녀봉과 보덕암, 칠보산 강성문 등 자연의 웅장한 기상을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담은 작품들이 비치돼 있다. 또한 정창모 작가는 대담한 붓 터치와 감성적인 색감을 통해 아름다운 설경과 화조도 등을 그려냈다. 이외에도 임렬, 공정권, 최하택, 탁효연, 종화, 박래천, 신철웅, 김일수, 김성민 등 북한의 굵직한 작가들의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도 모아져 있다. 그림들에서 느껴지듯 북한 회화는 자연에서 주로 소재를 찾고 있는데 이 자연모티브들은 영적인 힘, 견고성, 장수, 지혜 등의 가치를 상징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회화는 우리네 옛 그림들과 매우 많이 닮아있다. 또한 회화적 테크닉과 수려함도 뛰어나다.

부로슨 대표는 "한국에서는 다양한 양상의 현대미술 장르가 개발돼 왔지만 북한은 여전히 전통적인 페인팅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아마도 국가 차원의 비개방성 탓이 클 것이다"라면서 "북한회화의 주된 관심사는 풍경화로 많은 북한작가들이 전통의 길을 따르고 있다. 유화로 작업하는 평양의 신진화가들도 있는데 유럽 인상주의 미술을 떠오르게 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어 "정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국제순회 행사이지만 문화로 소통하는 전시회를 만들어 이번 기회를 통해 남한과 북한이 더욱 가까워지는 데 큰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재단의 북한미술 국제순회전은 앞으로 미국에서도 열릴 계획이다. 한국 전시는 오는 3월6일까지. (031)995-8183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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