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구성 논의할 때 아냐"
우 원내대표가 국민투표를 거론한 직접적인 배경에는 여당의 입장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당선 직후 "개헌의 'ㄱ'자도 못 꺼내게 하는 것은 안된다.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는데, 전임 원내대표와 비교할 때 진전됐다는 게 야당의 평가다.
야당이 여야 원내대표 정례회동 이후 '개헌 관련 국민투표 제안'을 원내대표 연설문에 포함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관심은 여당의 움직임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논의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속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야당은 당장 이달 안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여당은 현재 개헌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은 상태다. 당연히 우 원내대표가 제안한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별다른 견해가 없다.
유 원내대표는 다만 "당내 반대 여론을 설득하겠다"면서 논의를 위한 기초 닦기에 나설 방침을 시사했다. 당내 개헌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는 만큼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자유로운 논의' 발언은 이전 원내지도부보다 진일보한 것은 맞지만 당 내부적으로 아무런 입장도 없는 상태"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 먼저 정리하는 게 순서"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2월 임시국회 중 개헌과 관련해 여야가 어떤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는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개헌특위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해 말 제안한 '정치개혁특위 내 개헌분과 설치'에 대해서도 "그분(정 의장)의 견해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개헌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전임 원내대표가 개헌특위는 시기상조라고 했는데, 유 원내대표가 전임 지도부 뜻을 이어받기로 한 만큼 이를 쉽게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