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KB금융 이사회가 현직 CEO에 연임 우선권을 주는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한 배경에는 정치적인 역학 관계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요약하면 '외풍을 막으려는 KB금융'과 '입김을 유지하려는 정치세력' 구도의 충돌인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적인 입김 때문에 혁신하지 못했던 지배구조 개선안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는 KB가 가야 할 방향이 맞다"며 "추락한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고 KB금융을 재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은 그동안 회장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정권의 압력에 시달렸다. KB금융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 CEO가 낙하산으로 선임되는 일이 반복됐고 차기 회장을 놓고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다 중도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KB금융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킨 'KB 사태'도 그 배경 중 하나에는 서로 다른 줄을 타고 온 낙하산 경영진 간의 기싸움 때문이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수개월간 외부 컨설팅업체의 연구용역과 내부 논의를 거쳐 지배구조 개선안을 바꾸려 했지만 유보한 것은 정부나 금융당국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며 "일각에서 연임 우선권에 대한 공정성과 윤종규 회장의 장기 집권을 운운하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정치적인 역학 관계 때문에 혁신과 변화를 포기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체이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미 KB금융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안과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동안 관치금융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소신껏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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