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사막'이라는 말은 그럼에도 그 인근 국가를 직접 들러보기 전까지 내게는 '그저 그런' 추상적 개념에 불과했다. 잠깐이었지만 직접 경험을 해보니 비로소 실감이 되는 그 무엇이었다. 겨울철 몇 달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의 중동지역 외부 환경은 혹독함 그 자체다. 뜨거운 열기는 사우나를 연상케 한다. 후텁지근함과 후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고온의 상태가 하루종일 이어진다. 숨이 막힌 나머지 서울행 비행기를 탈 시간을 학수고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와 달구, 영자의 삶을 이어 고달픈 시대를 맨몸으로 이겨낸 주인공임이 분명하다. 굳이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경제기반을 다지기 위해 헌신해온 이들은 적지 않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산업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험하고 어려운 일들을 자청해 완수했다.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인정받기 위해 땀 흘리고 그 보상으로 입에 풀칠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초기에 온몸을 던져야 했던 세대에서는 "왜 당신만 희생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 아내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다. 당장의 호구지책을 위해 그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광부로 뽑히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덕수처럼 말이다. 500명을 뽑는데 4만6000명이 모여들었다지 않은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말을 딸인 대통령이 입증하는 차원이며, 이를 통해 정치적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은 있다. 그럼에도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 대통령이 특정 대상을 향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챙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안이어서다. 불통의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이 2만명이라는 작은 계층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어서다.
최근에도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김기종씨의 흉기 습격으로 큰 부상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위로 전화를 한 데 이어 귀국길에 병실을 찾아 위로하고 조속한 쾌유를 빌었다. 신속하면서도 마음을 담은 방문에 리퍼트 대사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런 덕분인지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를 회복했다. 임기 3년 차를 맞아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잇단 행보가 지지율을 높였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지금은 절대적 배고픔에서는 벗어났지만 덕수처럼 희생한 이들의 상대적 소외감이 크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파독 근로자나 미 대사를 챙기듯 사회적 약자를 낮은 자세로 대한다면 지지도는 더 높아지지 않을까. smh@
소민호 사회부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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