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50권 정도 읽었고 2013년에는 약 200권 읽었다. 읽은 책의 80% 정도는 간단한 서평과 독후감을 정리해둔다. 올해는 3월 18일 현재 70권 정도 독파했다.
이쯤 되면 애독(愛讀)의 단계를 넘어선다. 탐독(耽讀) 혹은 중독(中毒)의 단계에 이른 지독한 책읽기다. 이 시대의 간서치(看書痴) 중 한 명인 이 사람은 임현규(42)씨다. 간서치는 ‘책만 읽는 바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가 스스로에게 붙인 별명이다.
임 씨는 페이스북에 독서모임 ‘간서치’를 만들어 이 곳에 책읽기와 관련한 글을 올리며 사이버 독서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멤버 1200명 정도가 책과 관련한 정보와 의견을 나눈다.
그의 독서 목록에는 소설이 많다. “10권을 읽는다고 하면 소설 3권, 철학 1권, 에세이 1권, 문학이론 1권, 교양서(건축ㆍ미술ㆍ여행ㆍ음식) 1권, 과학 1권, 역사 1권, 제주도 관련 서적 1권”이라고 그는 들려줬다.
둘째 이유로 책이 ‘좋은 벗’을 만나게 해준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책 속에는 타자들이 숨쉬고 있다”며 “그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수다를 떠는 행위를 통해 고독함을 이겨낸다고 할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회사 광고회사 이노션월드와이드에서 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독서는 회사 일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는 우선 “광고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알아야 하고 사람들이 브랜드나 제품을 소비하는 속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조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고 조사 결과는 숫자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인간은 숫자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행동하는 배경을 다각도로 이해한다며 책 속의 논리는 광고기획을 할 때 틀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매년 책을 수백권 읽으면서 그가 갖게 된 책 읽는 습관은 무엇일까. 그는 책을 읽다가 인상 깊거나 재미있거나 새로운 정보인 부분을 메모한다. 포스트잇에 작은 글자로 적어 한 장씩 A4 이면지에 붙인다. 그는 “현재 책 수백권을 이렇게 정리해뒀다”며 “언젠가 이 자료를 아들에게 넘겨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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