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 테스트를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미국과, 아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 유럽ㆍ일본, 그리고 유럽 내에서도 영국, 기타 여러 신흥국까지 제각각으로 나뉜 각국 중앙은행의 당국자들의 현 심리상황을 파악하려면 간단하면서도 비교적 정확한 로르샤흐 검사가 제격일 듯하다.
그렇다면 이제 취임 1년을 맞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 검사를 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전쟁을 지켜보다 이달 들어 뒤늦게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한 한은의 총재는 비교적 안정된 심리 상태를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한은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급격한 정책 변화에 나서는 사이 눈치를 보다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고 뒤처졌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 총재 본인도 한은 총재로 지난 1년간을 회상하며 "깜빡이를 늦게 켠 것일 뿐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기가 다소 늦었을 뿐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고 속 시원한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로 들린다. 아마도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발 직전 시장 상황을 예측 못 하고 오히려 금리를 인상했던 과거 한은의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아 안심했다는 해명일 게다. 이제 이 총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로르샤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상태에서 만족해야 할까. 경기가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을 들어 본 지 오래다.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 어디를 가도 소비가 준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기업들은 투자를 아낀다. 물가는 디플레가 우려될 정도지만 살림살이는 계속 팍팍하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이 총재가 소신 있게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재 본인이 잘 알 것이다. 스스로 불안할 결정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