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 "고령화·가계부채로 일본형 장기부진 우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고령화로 인한 성장둔화와 가계부채로 인해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부진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일본형 장기부진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는 대형 버블 붕괴 이후의 대차대조표형 불황, 정부의 정책 대응 실패, 인구 감소,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은 일본과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생산연령인구와 총인구가 각각 2017년과 2030년께 감소세 전환이 예상된다"며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후반에는 2%대, 2020년대에는 1%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소비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본과 같은 버블 붕괴가 없더라도 원리금 부담과 향후의 디레버리징을 통해 소비 및 내수부진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요소"라고 꼽았다.

다만 "일본과 같이 버블 붕괴와 경기급락을 거쳐 장기침체로 이어지는 상황보다는 인구구조 변화와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내수 부진이 완만하게 심화되면서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가계부채 조정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악영향의 증폭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고서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수출도 구조적 둔화 추이를 보이는 등 대외환경도 불리한 상황"이라며 "세계 교역의 구조적 둔화 가운데 한국의 수출도 금융위기 이전 두자릿수 증가 이후 최근 3년간 연평균 1%대 저성장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수출의존도을 높여 내수 부진을 만회하는 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이러한 수출의 구조적 둔화는 과거 성장방식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편, 가계의 소득창출 지원과 더불어 완만한 부채조정을 유도해야 한다"며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여 지원을 통해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 활성화를 위해 고용 및 임금 활성화와 영세 자영업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남북 경협의 확대는 성장둔화나 활력 저하 추이를 역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변수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