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사실상 멈춘 것으로 확인되면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더욱 늦출 수 밖에 없게 됐으며 이에 따른 달러 약세, 유로 강세 국면은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유럽 경제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가 1분기에 부진하겠지만 2분기에는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Fed의 경기 전망이 겹치며 2분기 경기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분기 미국 GDP 증가율 예상치(전기 대비, 연율 환산)를 3.5%에서 2.5%로 대폭 낮췄다. 도이체방크의 조셉 라보그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GDP는 2분기 GDP 증가율이 앞서 우리가 예상했던 4%가 아니라 2.5% 수준에 그칠 것임을 보여줬다"면서 "최근 지역별 제조업 지수에서도 4월 경기가 약해졌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로 강세 충격은 유럽 증시를 혼돈에 빠뜨렸다. 특히 수출 강국인 독일 경제가 유로 강세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독일 증시가 급락했다. 독일 DAX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21% 급락했다. 프랑스 CAC40 지수와 영국 FTSE100 지수도 각각 2.59%, 1.20%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올해 그렉시트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유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유로 약세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1분기 미국 경기 부진에 따라 유로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경우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리스 변수는 여전히 유럽 경제를 한순간에 혼돈으로 빠뜨릴수 있는 테일 리스크(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로 남아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지적하며 국가 신용등급을 'Caa2'로 한 등급 강등했다.
미국과 유럽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할 할 중국 경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7.0%에 그쳤다. 하지만 7.0% 조차 중국 정부가 통계를 조작했을 것이라며 실제 성장률은 더욱 낮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 6%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해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민은행이 유럽식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만큼 인민은행이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인 셈이다.
컨퍼런스보드의 앤드류 포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2분기 성장 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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