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시기가 다가오면서 각 업체들의 '민심잡기' 경쟁이 뜨겁다. 도전장을 내민 유통 대기업들의 경영 및 부지전략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마지막 열쇠인 '상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위해 모두투어, 서한사(앰배서더호텔그룹), 엔타스듀티프리, 현대아산 등과 손잡고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했다. 법인에 유통 및 관광 분야의 중소ㆍ중견기업을 참여시켜 상생협력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 그룹 측은 중소ㆍ중견기업과 이익을 공유하고 이사회를 투명하게 운영해 상생 협력모델을 구현하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의 첫 상생ㆍ동반성장 사례'라는 점도 강조했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독과점 문제를 피해가는 한편, 용산 아이파크몰을 후보지로 선정하면서 인근 상권의 부활을 전망했다. 용산 전자상가를 일본 도쿄의 전자업체 밀집지역 '아키하바라'처럼 활성화 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SK네트웍스가 최종 부지로 선정한 동대문 케레스타 역시 인근 상권을 함께 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상생'에 초점을 맞췄다. 동대문 인근 쇼핑몰은 9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맞았지만, 이후 온라인쇼핑몰의 등장으로 급격히 쇠퇴한 바 있다. SK네트웍스는 "인근 재래시장, 복합쇼핑몰과 함께 쇼핑메카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63빌딩을 통해 여의도 면세점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한화갤러리아 역시 '함께멀리'를 철학으로 내세웠다. 중소기업 브랜드의 해외진출 판로 개척을 위한 발판을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척박한 여의도 인근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기여 등 상생과 관련된 점수는 관세청이 밝힌 선정기준에서 총 300점을 차지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1000점 만점 중 경영능력(300점)과 관리역량(250점)이 55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주변환경요소와 사회발전 공헌도, 사회환원 및 상생노력도 각각 150점씩이 배점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의 경영 능력과 전략, 역량은 사실상 대동소이한 상태"라면서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ㆍ중견기업과 주변 상권 등 민심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유통업계의 고질적인 수직적 문화를 끊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개돼 진정한 상생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면세점 사업권 쟁탈을 위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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