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국가재난과 달리 전염병 확산의 경우 심리적 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절대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포 유지기간과 수요의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총수요감소를 지속적으로 유발한다. 그만큼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가장 큰 충격을 준 전염병은 사스와 에볼라였다. 세계은행(WB)은 2002∼2003년 사스로 인한 경제적손실이 최대 50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03년 1분기 4.1%를 기록했던 홍콩의 경제성장률은 사스가 발생한 2분기 -0.9%로 급락했다. 중국 역시 그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2.9%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의 경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적 손실을 20억∼33억달러(약 2조25000억~3조7100억원)로 추정했다.
치사율이 48%에 달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창궐 3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12% 가량 낮췄다. 세계은행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피해액 규모를 1억~8억달러(약 1120억∼9000억원)로 분석했다.
신종플루가 확산될 당시 2009년 4월에 첫 감염자가 발생했고 8월 첫 사망자가 나왔던 점을 감안할 때, 속도는 메르스가 훨씬 빠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 경제가 미약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메르스 진압에 실패하면 회복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사례를 볼때 장기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주는 저유가 등과 달리, 전염병은 1개 분기에 걸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4일 메르스 여파로 한국 여행을 포기한 외국인은 2만600명에 달한다. 호조를 보였던 면세점업계와 서울 명동 상권 등 유통업계에는 이미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이마트는 1∼6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확진환자가 나온 동탄점, 평택점의 매출감소폭은 25∼28%대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중국 관광객의 소비가 10% 줄어들면 국내 수요는 1조5000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분기에도 0%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5월 수출이 5년9개월래 가장 큰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 성장의 쌍두마차 중 하나인 수출이 흔들리는 가운데,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휘청일 수 있다.
전염병 창궐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와중에 돈을 버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제약회사들이다. 2009년 신종플루가 급속히 확산되자 정부는 예비비와 특별교부금, 추경예산 편성 등을 통해 신종플루 백신 1300만 도즈(1930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영국에서는 신종플루 치료제로 유명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약효 논란이 지속되며 '제약사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타미플루를 만드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 등과 결탁된 세계보건기구(WHO)가 계절 독감보다 약한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음모론과 공기감염 가능성 등 근거없는 주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힘을 쏟고 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7일 "국민 여러분께서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란다"며 "국민들께서 과민하게 반응해 경제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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