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메르스 피해자 집단소송 법적 검토…법원, '감염' 사건 판단 엄격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 환자는 108명으로 늘었으며 사망자도 9명으로 늘어났다. 격리관찰 대상은 3000명에 이르고, 휴업을 선택한 학교는 2000곳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메르스 피해가 확산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집단소송을 예고하고 나섰다.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은 감염환자에 대한 강제검진과 강제격리를 법정화하고 있고, 관련 공무원은 초기에 검진과 격리 등 강제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정부 대응이 무기력하다는 점에 대해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배상 소송이 가능한지 법적인 검토 작업에 있는 단계로 아직 소송 제기 여부를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메르스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을 인정할 경우 정부는 거액의 재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공무원의 직무 집행 고의·과실을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1998년 10월 정부기관의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 결과 잘못으로 피해를 입었던 A씨의 국가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파기 환송했다. A씨는 1987년 국립보건원에서 실시한 최초 검사 당시 에이즈 양성 반응이 나오자 자포자기 상태로 '술집 접대부' 등 유흥업소에 종사했다. 하지만 A씨는 항체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았다가 그 후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종전의 양성 판정과 모순된 음성 판정을 접하는 경우에 받게 될 정신적인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모든 항체검사 대상자에 대하여 종전의 검사 결과를 색출 대조할 작위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국가기관의 잘못된 검사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겪은 당사자도 국가배상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다.
메르스 사건 역시 집단소송이 이뤄지더라도 법원이 국가배상을 인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사 출신인 장용혁 변호사는 "감염 문제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엄격한 편이다. 국가배상 사건이 아닌 일반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도 병원 내 감염에 대한 병원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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