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與 원내대표 비판…여당 자중지란 빠지나
박 대통령이 시행령 시정 요구를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표면적인 이유는 위헌 요소가 강하다는 점이다. 행정입법권과 법원심사권 침해 소지가 있고 결과적으로 정부 기능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대의를 내세웠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이 같은 위헌 요소 보다는 당청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무성-유승민 지도부 체제를 흔들어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을 주도해나가겠다는 강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당청은 종종 삐걱거리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개헌으로 부딪혔고 올 들어서는 당이 국정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해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라는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두고 국회와의 전면전을 선택한 것도 여당 길들이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여당 지도부를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판했다. 결국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콕집어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국회 차원의 어떤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또 정치권을 향해서는 "민생 법안에 사활을 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 특히 여당에 대해서 쓴소리를 내뱉음에 따라 유 원내대표 체제는 난항이 예상된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원내지도부 사퇴 요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친박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15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에 대해 유 원내대표가 세부목록부터 정리해야 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당내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과 무관치 않다.
비박계 움직임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 발언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센 수위를 보이면서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당내 뿐 아니라 당청 관계는 악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떤 경우라도 박 대통령 혹은 여야 지도부에 상당한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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