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 교체를 정치개혁의 한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목적'을 뒤흔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 의지대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도 결국 당내 권력다툼만 촉발시킬 뿐 민생이나 경제살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생산적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물갈이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정부와 국회 사이 공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임 후 경제살리기를 위해 마련한 각종 법안이 야당의 반대로 장기 표류 중인데, 집권 여당이 야당을 설득ㆍ압박해 처리하려들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는 불만이다. 반면 정부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덜컥 합의해 정부로 이송한 건 박 대통령이 가진 그간의 불만을 표면화시킨 계기가 됐다.
유 원내대표가 물러난 자리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충실히 지원해줄 친박계 지도부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대표는 노선을 다시 정하거나 유 대표와 함께 물러나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후 청와대와 여당이 힘을 합해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싸움박질 국회'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유 대표 퇴진 후 비박근혜계(비박계)가 세를 모아 당권 탈환을 위한 행동에 들어갈 경우, 여당 내 권력다툼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어렵사리 국회법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박 대통령으로부터 단칼에 거부당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권위를 세우기 위해 독자행보에 나선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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