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이 접질려 발뼈가 부러진 경우가 많다. 최근 다친 한 환자는 "간편한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신발이 발을 보호해 주지 않아 발뼈 골절까지 간 것 같다"고 들려줬다. 그가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면 발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제자이자 전파자일 뿐이다. 신발의 '부작용'을 주장한 학자들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인류진화 생물학자 대니얼 리버만 교수가 그중 한 명이다.
리버만 교수는 발이 제 모양을 잃고 틀어지거나 탈이 나는 주요 원인이 신발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평발과 족저근막염이 모두 발바닥활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리버만 교수에 따르면 족저근막염도 신발 탓이 크다. 족저근막은 발 뒤꿈치에서 발가락 쪽으로 뻗어 있는 힘줄 같은 조직이다. 족저근막은 발 인대ㆍ근육과 함께 아치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족저근막에 무리를 주는 것도 신발이다. 바닥 가운데를 볼록하게 해 발바닥활의 곡면을 받쳐 주는 신발이 많다. 이 볼록한 부분은 '아치 서포트'라고 불린다. 아치 서포트가 있는 신발을 신고 걷고 지내다 보면 아치를 잡아 주는 인대와 근육이 약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발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인대와 근육이 할 몫 중 상당 부분을 족저근막이 떠안게 된다. 설계된 것보다 더 부하가 가해진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긴다. 이게 족저근막염이다.
또 신발로 과보호해 약해진 발로 바닥을 잘못 짚어 체중이 실리면서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으면 발 뼈가 부러지게 된다.
리버만 교수는 "신발을 완전히 벗어던지라는 말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끔 맨발로 지내면서 발을 설계된 대로 쓰는 게 건강에 좋다"며 "특히 어린이는 맨발로 뛰어놀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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