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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 보신주의, '윗물'부터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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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서류를 요구하며 인허가 처리를 지연시키고, 잘못된 관행인데도 선례를 따라야 한다며 보신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공무원의 '소극 행정' '편의주의적 행정'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작년 10월 말부터 한 달간 국토교통부 등 60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적발한 것을 어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소극적ㆍ보신주의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한 직원은 동물용의약외품 제조업 신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 업체에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며 신고 접수를 지연시켰다. 이 직원은 감사원이 조사에 들어가자 부랴부랴 제조업 신고서 서류를 수리했고 결국 업무 처리까지는 두 달 넘게 소요됐다. 관련 규정에 해당 신고서 처리 기간으로 명시된 10일보다 6배 이상 더 걸린 셈이다.
경기 파주시는 적법절차를 거친 폐기물중간재 활용공장 건축 허가를 집단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철회하고 건축허가 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통일교육원은 7개월 동안 한 업체가 통일전망대 내에 망원경을 설치해 부당하게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주어진 재량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업무처리를 할 수 있었는데도 관련 규정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사업의 진척을 막은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내세운 횡포로 보이는 사례도 적발됐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은 용역계약 입찰 업무를 하면서 입찰 자격을 제한하거나 관련 서류 제출기한을 부당하게 단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왜 공직 부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자의적 일 처리'가 만연하다고 생각하며 개혁을 말하는지 공직자들은 이번 감사결과를 계기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관 우월의식에 젖은 낡은 공직사회 풍토가 일선현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사원은 "정부에서는 '적극행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나 일선현장에서 그렇지 못해 정부의 노력이 국민과 기업에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위에선 잘하는데 일선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면 그건 너무 안이한 인식이다. 일선현장이 더욱 적극적이고 공정한 업무태도를 갖게 하려면 '윗물'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공직사회 기강이 점점 더 느슨해질 수 있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만큼 위에서부터의 솔선수범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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