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은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합리적인 경영관으로 삼성그룹을 일궈냈다.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기 보다는 각 분야의 최고 인재들을 모아 놓고 그들의 의견을 면밀히 들은 뒤 스스로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이 회장의 스타일이었다.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는 삼성그룹의 3대 경영이념인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는 창업주 이 회장의 경영관을 그대로 드러낸다.
아산은 '창조적 예지', '적극 의지', '강인한 추진력' 등을 경영철학으로 중후장대 산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왔다. 그 결과 건설, 조선, 중공업, 자동차 등에서 현대는 지난 7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인재관에서도 정 회장은 현장의 경험을 가장 중요시했다. 현장에서 수많은 위기와 기회를 접해본 사람만이 살아 움직이는 기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것은 정 회장의 신념에 가까웠다.
정 회장이 영국 버클레이 은행에서 차관을 도입할때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한국이 조선 강국이라고 강조하며 차관을 받아왔던 사례나 1952년 12월 아이젠하워가 부산 유엔군 묘지를 방문했을 당시 미군이 푸른 잔디를 깔아달라고 했던 황당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푸른 보리를 묘지에 심어 놓았던 일화는 '불가능은 없다'는 정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두사람이 초석을 쌓은 삼성과 현대는 2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와서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자와 자동차제국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반도체 등에서는 일본을 이미 넘어섰다. 3세 시대를 앞둔 두 기업은 이제 나란히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도 사뭇 비슷하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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